공교육 불신(수능, 평가 혁신), 대학진학
IB는 스위스의 비영리 교육재단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대학입학 자격을 부여한다. 해외 근무 외교관이나 기업인 자녀들이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세계 어느 대학에서든 인정받는 과정을 만들고자 개발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국내 공교육 최초 도입한 경기 외고(1학급만 운영, 특목고), 제주국제학교(NLCS, 브랭섬홀) 등 11개 학교가 IB를 도입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등 세계 주요 대학들이 IB 교육과정을 입시 성적으로 인정한다.
통상 개별학교 단위에서 IBO와 협약을 맺고 IB를 도입하는데 대구와 제주교육청에서 수능의 암기식 교육을 탈피하겠다며 이례적으로 교육청이 IB 교육을 도입했다.
일본이나 프랑스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IBO에 기부금까지 내면서 IB 교육과정을 주관하고 있다. 일본은 2018년까지 200개를 확충하려고 했는데 9월 말 현재 59개 학교만 확충했다. 그중에 공립학교는 5개 학교뿐이다. 일본은 정부 주도로 IB를 도입하였기에 별도 대학 정원과 혜택이 있다. 제주는 정부 주도가 아닌 지방교육감 주도이기에 별도 정원과 혜택이 없다.
우리나라 교육과정도 글로벌 교육과정으로 손색이 없다.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도 IB 교육이 추구하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과 자기 주도적 문제해결력, 학생의 잠재력을 키우고, 서술식 평가 등 평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공교육 현장에 IB 교육을 도입하기만 하면 우리나라 교육개혁이 이루어진다고 하며 이 과정에서 공교육 현장의 노력과 실상을 깎아내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IB가 교육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선 대학입시제도와 어떻게 연계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윤준 대구교육청 장학사는 경기 외고나 제주국제학교에서 영어 IB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수시전형(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수년간 국내 대학에 합격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수시 축소 정시 확대 공약하였기에 제주 IB 과정 고등학생들은 입학 정원이 줄어들어 대학입학이 더 어려워졌다.
김성천 교육디자인 네트워크 소장은 "IB를 운영하려면 로열티와 연수·인증 비용, 시험 비용 등 막대한 재정투입이 필요하다 보니 이를 부담할 수 있는 특목고·자사고(표선고, 2021-2025. 제주형 자율학교) 등 일부 학교에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다른 차별과 교육격차를 유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IB 과정은 다양한 교육과정의 하나일 뿐 가장 좋은 제도는 아니다. 또한 제주 IB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IB 과정만 받아야 하고 자신의 진학을 결정하는 데 대한 선택권이 줄어든다(수시만 올인). IB DP 과정의 고등학생들은 2학년부터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아닌 외국 DP 프로그램 중심으로 교육을 받는다. IB DP 졸업 자격은 2년(고2, 고3) 교육과정 이수이나, 이수 후 성적은 수시모집이 끝난 다음 해 1월에 나온다(고3 수시에 IB 성적 활용 불가능).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우리나라 교육과정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는데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고 IB 교육을 도입하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교사도 있다. 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국가나 교육청이 아니라 학교다.
한국어 IB 시험 문제의 채점 기준은 영어 IB 기준과 같다. 한국어 IB 시험 점수도 영어 IB 점수와 같게 전 세계 대학에서 인정받게 된다고 하는데 과연 외국대학에서 인정하느냐가 관건이다.
한편 김광수 교육감은 이석문 전 교육감의 주요 추진 과제였던 한국어 IB 프로그램을 제주 초중고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현재 운영하는 학교들을 지원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IB 인증학교의 경우 한 번 인증되면 최소 5년간 IB 교육을 유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