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위기가 인류 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음을 경험을 통해 깨우치고 있는 요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가?
500년만의 가뭄이라는 극한 상황을 겪고 있는 유럽과 115년만의 폭우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겪은 우리나라. 역대 최다 열대야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는 제주의 밤을 보내면서 다음 세대 이후의 일로 예견했던 기후재앙을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만장일치 채택은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여 인류를 포함한 현재 생태계를 지켜내겠다는 인류의 고결한 제안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지난 5월 세계기상기구는 2021년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11도 상승했으며 지난 7년은 역대 가장 더운 7년이었고 앞으로 5년내에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에 이를 확률이 48%, 그 5년이 지난 5년보다 더 더울 확률 93%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 7월은 평년보다 약 0.5도가 높아. 관측이래 가장 더운 7월 top3(2019, 2022, 2016)내에 드는 기록을 남겼다
기후변화에 대한 전지구적인 대응을 위해 198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설립되고 온실가스의 위험성을 알린 1차 보고서(1990)가 발표된지 30여년, 인류는 대단히도 신뢰하는 과학이 주는 경고를 기술과 돈이 해결해 줄거라는 허황된 믿음과 무지속에서 보냈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우리는 1000년만의 홍수, 500년만의 가뭄, 몇 달동안 계속되는 산불과 같은 극한 상황이 일상이 되어가는 것을 목격하는 세대가 되었다. 과학자들의 예상이 맞았지만 그들의 예상보다 재앙은 훨씬 더 빠르게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산업혁명의 나라 영국에서 2018년 시작된 멸종저항운동(XR). '우리는 다가오는 멸종의 시대를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겠다'는 XR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2025년 탄소중립을 주장한다. 수많은 활동가들이 연행되며 울부짖는 외침을 마치 영화 속 남의 이야기처럼 바라보고 있는 대다수 우리의 삶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끌어낼 수 있을까
자연이 허용하는 1년치 탄소예산은 1인당 2.5톤 정도라 한다(한국인 14톤/인,년.2018년).
가장 대중적인 친환경 활동으로 플라스틱일회용컵, 비닐사용 줄이기가 있다. 이것들의 탄소발자국은 각각 30g,10g 정도로 일회용품 줄이기는 쓰레기 문제 해결과 함께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 역시 상당하다.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며 실천을 응원하고 있다. 그에 비해 제주 서울간 왕복 비행 한 번은 1인당 100kg이 넘는 어마어마한 탄소배출이 있다. 비행이 탄소배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렇기에 비행기를 타지 않겠노라 말하는 이가 얼마나 있나.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핵심과제 아래서 여전히 신공항 개발 공약이 먹히는 것이 우리 사회다. 설렁탕 1그릇의 탄소발자국(약 10kg)을 고려하여 채식을 선택하자는 말을 꺼내기가 불편한 사회, 대중적인 지지와 실천을 이끌어낸 일회용컵에서 조차 보증금제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 당장의 개인이 받을 편리, 이익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미래의 공공선을 어렵지 않게 눌러 버린다. 친환경이라는 말에는 실천보다 특정 상품들이 먼저 떠오르고 유행인듯 친환경이라는 포장을 씌운 상품 생산에 열을 올리는 기업들의 무책임과 무지가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비판보다는 격려가 필요하다고, 변해가는 과정이니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걸음이 더 효과적이고 극단적인(?) 친환경 활동은 반감을 줄 뿐이라며 적극적 대응을 하는 사람들의 기를 꺽는 상황들도 목격된다. 답답하다.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를 부릴것인가. 아직 우리에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더 필요한가? 과연 시간이 있기는 한가? 그저 편리함에 익숙한, 게으르고 무책임한 핑계가 아닐까.
지금과 같은 소비문화는 금세기 안에 지구평균기온 3도 이상의 온도 상승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1.11도 상승의 현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기업이,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기업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는 것은 소비자이며 동시에 투표권을 가진 우리 시민들이라는 사실. 지금 당장 변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지금 당장 자신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반으로 줄여보자. 그것이 어렵다면, (물론 당연히 어렵지만) 그래서 외면한다면, 과학은, 우리는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