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담깨비 캠페인 시민사회 확산
바다에서 주운 부표를 이용해 제주 어린이들이 만든 담배꽁초 휴지통(바담깨비)가 제주시 탑동 일대의 상점들 앞에 설치되어 운영된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가 제주에 영향을 미치기 직전, 환경단체 작은 것이 아름답다(이하 JAGA)는 제주시 원도심 내 유명 식당 주변, 10여 미터 길이의 빗물받이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수거했다. 50리터 쓰레기봉투 두 개를 채울 만큼의 담배꽁초였다. 이렇게 담배꽁초가 쌓여있는 빗물받이를 찾는 일은 제주에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올해 5차례 진행한 '2022 줍깅'의 결과에서도 담배꽁초는 해안가 오염의 주원인이었다.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부는 하루에만도 45만 5천개비가 바다로 유입된다고 추산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가 담배꽁초로 매년 4조 5000억개가 길에 버려진다고 유엔환경계획(UNEP)은 발표했다. 이렇게 버려져 바다로 간 담배꽁초는 그 안에 들어있던 수천 가지의 해로운 물질로 바다를 오염시키고 미세플라스틱의 형태로 작게 부서져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담배꽁초로 인한 해양 오염을 알리고 깨끗한 흡연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JAGA는 작년 가을부터 바담깨비(바다에서 온 담배꽁초 먹깨비)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해안정화 과정에서 주운 폐부표를 이용했다. 제주 어린이, 청소년, 시민들이 디자인에 참여했고 금속공예가와 목공예가등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제주 해안 곳곳과 GS편의점 일부에 설치, 담배꽁초를 수거하고 있다.
캠페인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민원에 대한 우려로 설치 허가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해수부의 허가를 얻어 공유 수면에 설치가 되면서 GS편의점 일부가 캠페인에 참여하였고 캠페인을 지지하는 시민 봉사자들이 수거 및 모니터링에 나섰다.
애월고등학교 미술과 학생들이 디자인에 참여하여 만들어지는 바담깨비는 애월 해안가와 이호테우 해안가 근처에 설치될 예정이다. 제주시 중앙로 2길의 가게 8곳의 참여로 바담깨비 거리도 만들어진다. 처음 바담깨비 소식을 접했던 이 거리의 모 업체 대표는 '좋은 일은 함께 해야 한다'면서 직접 주변 매장 곳곳의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순수한 정성과 노력, 봉사자들의 수거와 모니터링과 같은 캠페인만으로 담배꽁초 무단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13일 제주시 북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이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금지하는 '바다의 시작' 캠페인에 나섰다. 학교 근처 담배꽁초가 버려진 빗물받이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어린이들은 정성껏 그린 돌고래 옆에 여기가 '바다의 시작'임을 알리는 문구도 적었다. 그러나 다음 날 다시 찾은 빗물받이에는 새로운 담배꽁초들이 쌓여있었고 여전히 쌓여가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시민사회의 인식 확산에 발맞춰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