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찬 서예가·시인

졸지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에 마음속 깊이 추모하며 글을 쓴다. 10월의 그믐 녘 전국에서 활동하는 한글서예가들이 제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있는 규당미술관에 개성이 넘치는 작품들과 함께 몸소 자리를 같이하여 큰 잔치마당을 열었다. 

4반세기에 가까운 동안을 한글서예의 발전만을 위해 50여 회원들의 마음과 마음이 모여진 '세종한글서예큰뜻모임'은 사단법인체로 등록함과 아울러 사재를 털어 놓으면서 활발히 활동해 명실공히 한글문자의 예술과 미학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모임으로 거듭나면서 '큰뜻'의 의미지를 살리는 데 역점을 두고 노력해온 단체다.  

1999년 창립 당시 세종한글서예에 '큰 뜻'의 의미를 강조한 점은 첫째 한글서예 발전에 뜻을 같이할 서예가들의 안목을 높여 국제적으로 우수한 문자임을 자랑하고픈 한글 문자의 예술적 창작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자체 충실의 뜻이다. 둘째는 한글 문자의 학술적 예술적 그리고 미학적 고찰과 탐구에 정진하며 미래지향적인 후진 양성의 길에 열을 쏟고자 하는 헌신의 뜻. 셋째는 쓰기 쉽고 읽기 쉬운 한글, 아름다운 한글 문자의 예술성을 세계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자 하는 비약의 뜻이 광범위한 의미로 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

유혜선 회장은 전시회 인사말에서 "우리 모임은 창립 후 23년 동안 한글서예대전을 개최해 200여명의 한글서예 작가를 배출했고, 10회의 초대전과 특별전시회를 통해 한글 서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 줬다. 또한 한글 세계화의 일환으로 5회의 외국 전시회를 통해 우리 한글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렸으며 10회의 학술발표회와 23주년 기념 한마음 서문집을 발간해 한글서예의 역사적 전개와 미래 전망 등을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라고 모임의 걸어온 발자취를 밝혔다.

본 모임 창립 회장이신 조종숙 고문은 격려사에서 "세종한글서예 큰 뜻 모임은 한글서예의 전통을 계승해 예술적인 발전과 학술적인 발전을 위해서 창립됐고, 아름답고 훌륭한 한글서예를 더 큰 예술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일념으로 큰 뜻의 목적을 갖고 일해왔다. 매년 국내외 전시회와 지방 전시를 통해 문화적 교류와 상호 간의 친교를 쌓았으며 학술대회를 통해 이론의 정립과 학문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라고 창립 당시의 모임 성격과 발전 상황을 밝혀 주셨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최홍식 회장은 축사에서 "광복 이후 한글서예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궁녀들이 써 오던 궁체가 현대적으로 정리되고, 학교 교육을 통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널리 관심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 최초의 작업은 1946년에 간행된 이철경의 '초등글씨본', '중등글씨본'과 김충현의 '중등글씨본'이었다. 그 후 수많은 서예가들이 우리 한글을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키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고, 특히 1999년 세종한글서예큰뜻모임이라는 의식 있는 단체가 창립돼 한글의 아름답고 빼어난 필체를 유감없이 만방에 펼쳐냈다.

그동안 불철주야 갈고 닦는 각고의 노력에 공경하는 마음으로 박수를 올린다"라고 축하해 주셨다. 세계 어학자들에게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한글문자는 최현배 선생이 지으신 한글날 노래 가사와 같이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이요, 민주의 근본이요, 생활의 무기임에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전시회 성격상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가 크다는 해석과 주문에 의해 전시회 기간을 12월 말까지 연장 개최하기로 했음에 세종한글서예에 '큰뜻'을 부여한 자랑스런 전시회를 뜻깊게 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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