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기욤 아폴리네르 「내 사랑의 그림자」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는 현대 프랑스의 시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시 중에서도 「미라보 다리」는 가장 널리 애송되는 시이다.  

경쾌하고 화려한 그의 시와 달리 시인의 일생은 너무 슬프고 짧았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 태생인데 정체불명의 아버지와 폴란드에서 이주해온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향락과 도박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따라 남프랑스 지방의 칸과 니스 등지를 옮겨 다니며 거기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19세 때에 어머니와 함께 파리로 올라왔다. 그러나 이미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많은 독서를 했고 폭넓은 교양을 쌓았다. 

파리로 와서는 신문 기사를 쓰거나 잡지 등에 글을 기고하면서 문인들과 문예지를 펴내기도 하고 피카소 같은 당시 화단의 전위파들과 친교를 맺어 예술 운동을 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전위파 예술 운동의 선두에 서서 활약했는데 입체주의, 미래파 같은 초현실주의 예술에 앞장 섰다.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그는 비록 외국 국적을 가졌으나 자원하여 출전했다. "나는 모든 것을 프랑스에 빚지고 있다. 프랑스를 위해 싸우는 것은 나의 최소의 봉사다"라고 했다. 전장에서 포탄의 파편으로 머리에 부상을 입어 두 번이나 뇌 수술을 받았고, 결국 이로 인해 1918년 '아름다운 빨간 머리'로 유명한 젊은 부인의 팔에 안겨 39세를 일기로 죽었다.

파리에는 37개의 다리가 있다. 자동차만 씽씽 달리는 여느 도시의 다리와 달리 파리의 센 강을 잇는 다리들은 보행자 전용 다리도 있고, 사람들이 다니는 보도가 있어서 강의 정취를 느끼며 다리를 건너는 재미가 있다. 저마다 독특한 멋과 운치와 사연을 갖고 있어 그 자체가 관광명소이다. 

프랑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해진 퐁네프 다리,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였던 여성운동가의 이름을 딴 시몬 드 보부아르 다리, 전망이 가장 아름다워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인 퐁데자르 다리도 있다. 미라보 다리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마리 로랑생과 아폴리네르의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마리 로랑생은 프랑스의 화가이자 시인이다.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화풍으로 당당하고 독립적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했던 당대 최고의 예술가였다. 아폴리네르는 친하게 교류하던 피카소의 소개로 화가 마리 로랑생을 만나게 된다. 로랑생은 당시 입체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던 몽마르트의 뮤즈였다. 두 사람은 첫눈에 호감을 느꼈고, 서로의 예술을 찬미하고 격려하는 동반자가 된다.

그러나 사랑하던 두 사람은 헤어지고 아폴리네르는 이별 후 미라보 다리 위에서 센강을 내려다보며 사랑의 추억과 고통과 기쁨을 회상한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시간' '사랑'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잡을 수 없는 것들이 서서히 멀어지는 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연인과 다정했던 추억, 흘러가는 시간, 모든 것은 떠나고 변해간다. 저 '미라보 다리'와 현재의 '나'는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을까? 세상에 영원한 건 무엇일까? 시인은 「미라보 다리」에서 노래한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 사랑도 흐르는데
다시 기억해야 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온다는 걸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도 나는 남는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지난 시간의 아쉬움은 모두 잊어버리고, 새해에는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맞이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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