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처한 제주어를 살리자]
2010년 유네스코 '소멸 직전 언어'
세대 간 전승↓…일상 사용 줄어
교육·대중화 등 '전승' 작업 시급

제주시가 2017년 개발한 제주어 문양 디자인 활용 사례
제주시가 2017년 개발한 제주어 문양 디자인 활용 사례

제주어의 '소멸 경고등'은 켜진지 오래다. 제주어의 원형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초고령층인데다 표준어 중심 교육과 매스미디어 발달 등 영향으로 제주어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2010년에는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에 등재됐다. 제주도는 2007년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보존·육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4차 계획 수립 단계에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어는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도민들이 지속해서 일상에서 제주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 발굴이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의 참여와 관심이 절실하다.

△10년 내 사라질수도

제주어 소멸 위기에 따른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진 건 2010년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사멸 직전'의 언어로 등재하면서부터다.

유네스코는 2010년 12월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 5단계 가운데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했다. 5단계는 소멸한 언어다.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5000~1만명의 사용 인구를 가진 언어'로 명시하고 있다. 

소멸 위기 언어의 등재 기준은 화자의 절대 수, 언어교육 여부, 해당 언어 자료의 양과 질, 지역사회의 언어에 대한 태도 등 9가지로, 가장 큰 핵심은 '세대 간 언어 전달' 이다.

이는 제주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의 평균은 높으며 젊은 세대에서 제주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즉 제주어가 젊은 세대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제주학연구센터가 2015년 도내 거주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줏말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나 배우자, 형제·자매와 비교해 자녀와 대화할 경우 표준말을 사용하는 비율이 35.7%로 제주어(20.0%)보다 15.0% 이상 높았다.

표준어 교육과 매스미디어 발달 등 요인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제주어 사용은 급격히 줄었다. 또 이주 열풍으로 유입 인구 증가로 의사소통을 위해 표준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소멸 가속화 우려가 크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한다면,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10년 이내 제주어가 '사어(死語)'가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권미소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원은 "여러 이유로 제주어 소멸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며 "제주어는 중세국어 특징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찾아보기 힘든 고(古)어의 흔적도 있는데, 곶자왈의 '곶(산 밑에 숲이 우거진 곳)'이 그 예다. 제주에서만 사용하는 어휘나 문법도 다수 존재하면서 국어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도 가치가 높고, 지역민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언어'를 넘어 '문화'로

이처럼 제주어 보존의 시급성이 부각됨에 따라 보존과 전승·활용 정책 활성화가 요구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8년부터 4년 마다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계층별 교육, 언론 매체 홍보, 구술 채록, 연구사업 등을 매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4년 완간을 목표로 하는 '제주어 대사전' 편찬과 표기법 개정 등이 대표적이다.

도는 올해 제4차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2023~2027)을 수립, 발표할 예정이다.

또 제주어를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하기 위한 기관 설립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지난해 11월 '제주어박물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구·조사와 인프라 확충만으로는 제주어 활성화에 한계가 있고, 일상생활에서 제주어 사용이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교육과 대중화 등 '전승'을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이 2015년 제주어를 살리기 위한 교육계의 책무를 담은 '제주어 교육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고 '2022 제주어 교육 활성화 시행계획'을 세우며 일선 학교에서는 제주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특별활동 시간에만 이뤄지고 있어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지난해 '우리들의 블루스'와 '파친코' 등 제주어를 비중있게 다룬 드라마와 콘텐츠가 흥행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는 그동안 행정·학계를 중심으로 진행해온 일련의 사업보다 제주어 대중화에 더 큰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킨 것으로, 제주어를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 다양화가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어 지역문화의 집합체"

인터뷰 /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장

"제주어는 제주자연과 사람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의 '집합체'다. 언어는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문화라고 말한다. 지역 언어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큰 축복으로, 제주어는 자긍심을 가지고 함께 지켜나가야 할 모두의 자산"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장은 "제주어는 제주인의 정신이자 정체성"이라며 "제주어가 사라진다면 제주라는 공간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역사 등 기반이 흔들릴 것이다. 제주어를 지켜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제주어를 접하고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며 "제주어 구사자 대부분이 고령층으로 구술채록도 시급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예전에는 제주어하면 '투박하고 촌스럽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최근 연구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귀엽다, 재밌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며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이나 방송을 통한 언어 노출이 인식 전환에 큰 영향을 줬다. 최근 제주어를 사용한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이 높아졌다"며 "지금이 제주어를 확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센터장은 "많은 매체에서 제주어가 소개되다 보니 잘못된 표기와 뜻을 게재한 사례도 적지 않다"며 "제주학연구센터는 이런 사례들을 찾아 교정하고, 사람들의 제주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글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나"라며 "제주어 보존은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민·관이 함께 협력해 지켜나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김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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