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편집부장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 등 이른바 '신3고' 위기가 제주는 물론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신3고 위기 가운데 고물가는 서민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폭(5.9%)은 전국 평균(5.1%)보다 높은 것은 물론 강원(6.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8년 1.7%(전국 1.5%), 2019년 0.3%(전국 0.4%), 2020년 0.4%(전국 0.5%), 2021년 2.6%(전국 2.5%) 등이다. 지난해 제주지역 소비자물가 상승 폭은 전국과의 차이가 무려 0.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농수축산물이 물가 상승의 원인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농산물 가격이 비싸다고 하고, 농가는 너무 낮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감귤 재배 농가는 "노지감귤 가격은 30년전이나 지금이나 3.75㎏(1관)당 3000원 선"이라고 말한다. 이는 농가 수취 가격을 말하는 것으로, 소비자는 30년전보다 비싼 가격에 감귤을 사 먹고 있다. 농수축산물은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 가격이 오른다. 제주 농산물 상당량의 유통구조를 보면 농가는 농산물을 수확해 농협을 통해 출하한다. 농협은 농가로부터 선과 수수료 등을 받고 농산물을 서울 등 대도시 도매시장으로 보낸다. 도매시장으로 보내진 농산물은 중도매인에 이어 소매인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농수축산물 소비자 가격은 오른다.

최근 들어서는 농가 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농산물을 생산한 농가가 직접 소비자에게 농산물을 판매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지면서 농가는 높은 기존 유통시스템을 통해 출하할 때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소비자는 저렴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제주 농정당국 역시 감귤 직거래 등 직배송 시스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농가는 생산을, 행정은 행·재정 지원을, 농·감협은 유통을, 농업기술원은 재배 기술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와 행정, 농·감협, 농업기술원 등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농업정책, 생산, 유통, 영농기술 영역 가운데 하나라도 제 기능을 상실한다면 행정이나 농가가 자신의 고유 영역 이외의 기능도 맡을 수밖에 없다. 현재 농가가 농산물을 생산하고, 택배 등 직거래를 통해 유통 분야인 판매까지 맡는 직거래 시스템이 확대되는 것이 당연한 사회 변화 단계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제주 농정당국은 감귤의 경우 출하량 조절 등을 통해 농가 수취 가격을 높이려고 감귤 관련 보조금 지급 조건에 농·감협을 통한 계통출하 실적을 확인하는 등 계통출하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 농정당국이 세웠던 계통출하 목표에는 도달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수확 인력 수급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농가가 농·감협을 통해 계통출하를 하기보다는 밤을 새워가면서 감귤을 상자에 담아 택배로 보내는 직거래를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1년 동안 땀 흘린 대가를 제대로 받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감귤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감귤을 비롯해 제주 경제의 버팀목인 제주 1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유통혁신은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을 행정, 농·감협, 농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유통혁신은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자인 농가가 유통 분야까지 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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