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남자] 프란츠 카프카 「변신」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한 두 번 읽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오래 전 문학 공부를 시작하던 시절 가장 충격적으로 읽은 소설 중 하나는 카프카의 변신이었다. 본격적으로 카프카의 여러 작품을 접하면서 갈수록 심한 충격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소송」 「」 「선고같은 작품을 읽으면서 받은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왜 나는 카프카를 잊지 못하고 그의 글들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인가.

카프카의 중편소설 변신은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나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한 남성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전말을 묘사한 소설이다. 카프카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소설은 총 3장으로 되어 있다. 숫자 3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흉측한 해충으로 변신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자신의 방에 철저하게 고립 밀폐되어 있다가 밖으로 나와 가족과 합류를 시도하다가 저지당하는 횟수와 일치한다. 작품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카프카의 변신은 단지 기괴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나날의 일상을 타성처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내 삶이 단지 그냥 한 마리 벌레보다 나은 게 무엇인가라는 의문과 섬뜩한 공포로 다가온다. 인간 실존의 허무와 현대 인간의 절대 고독을 주제로 하는 변신은 바로 사람이 벌레로의 변신의 과정과 의미를 말해준다.

변신은 벌레라는 실체를 통해 현대적 삶 속에서 오직 하나의 물건과 같이 평가되는 인간이 자기 존재의 의의를 잃고 살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그레고르는 살아가기 위해서 사회에서 돈을 벌고 생활해야 하지만, 삶에서 그의 기능과 존재는 철저하게 의미 없는 빈자리일 뿐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은 사람끼리, 가족과 가족끼리 서로 소통과 이해가 단절되어 소외된 채 살아가고 있다.

현대문학의 신화가 된 카프카의 불멸의 소설 변신20세기 문학의 신화라 불린다. 그 이전까지 서양 문학사에서 이루어진 기록은 변신이후 부서지고 말았다. 밀란 쿤데라는 카프카의 작품을 두고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 표현했다. 카프카의 대부분 작품이 그렇지만 변신은 쿤데라의 이러한 표현에 더없이 적합할 듯하다.

카프카는 전 생애에 걸쳐 오직 글쓰기에만 몰두한 사람이었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밤에 일어나 일정 시간 글쓰기에 몰두했다. 그에겐 자신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글쓰기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이 죽은 뒤 자기 글을 모두 불태워 없애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을 보면 그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부조리한 세계와 삶에 대한 투쟁을 위해서 글쓰기를 한 것이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존재의 모습,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삶 속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불안한 의식과 구원에의 꿈을 변신은 너무나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카프카는 현대인의 실존과 불안을 이미 100여년 전에 알고 있다는 듯이 인간 실존의 허무와 소외를 그려내고자 했다.

변신이 발표된 지 백 여 년이 되었고, 국내에 소개된 지도 벌써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동안 번역본도 수없이 많이 나왔다. 변신은 세월이 흘러도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삶의 현실에 대해서 여전히 새로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카프카는 프라하에서 태어나 프라하에서 죽었다. 카프카가 성장 시절을 보냈던 곳은 관광객들이 구름같이 몰려오는 천문 시계가 있는 올드타운 광장 근처이다. 그러나 카프카에게 프라하는 언제나 외롭고 쓸쓸한 삶의 공간이었다. 프라하라는 도시가 없었다면 카프카도 없었을 것이다. 카프카가 세상의 심연과 종말을 생각하며 걸었을 프라하의 봄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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