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마크 쿨란스키 「연어의 시간」

 연어는 신비로운 물고기다. 하천에서 치어 시절을 보낸 뒤 바다로 나갔다가 수년 뒤 알을 낳기 위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회유성 어종이다. 이 독특한 회유 습성으로 인해 연어는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생존의 의미와 모습을 보여주는 생물로 기록된다.

 연어의 생애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감탄과 경외가 자연스럽게 우러난다. 무수한 삶과 죽음의 위험 속에서 용감히 맞서고, 온갖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으며 생존을 위한 사명을 다하려는 숭고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났던 곳으로 반드시 돌아와 알을 낳아야 한다는 생존을 위한 회귀성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연어의 삶은 숭고하고 아름답지만 슬프다. 알을 낳고 스러지는 연어의 생은 절망과 희망을 안고 있다. 빛과 어둠을 관통하면서 이루어지는 삶은 무지개를 향한 꿈과 같은 삶이다. 푸른 바다를 헤엄치며 거친 파도를 이겨내고 다시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는 연어의 삶은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다. 또한 그들의 삶은 인류의 생존과 맞닿아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크 쿨란스키는 연어의 시간에서 연어를 지구 환경의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그는 연어의 생존 여부가 지구 전체의 생존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연어는 생애의 한 시점에서는 강물에서, 또 다른 시점에서는 바다에서 살아간다. 이처럼 연어의 삶은 육지와 바다의 생태계가 서로 연결되는 지점에 걸쳐 있다. 그러니 연어의 삶은 지구 생태계 전체에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에 의해 상처 입고, 거처를 빼앗기고, 갈 길을 잃었다.

 연어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간들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 산업화 이후로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공장과 무차별적으로 살포된 화학제품은 연어의 숨통을 조였다. 또한 대규모의 운하 건설과 벌목도 연어를 떼죽음으로 몰았다. 연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최악의 원인은 그들의 갈 길을 가로막은 댐이었다. 수십 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연어의 갈 길을 가로막았고, 댐 아래의 물과 그 위에 있는 물의 수온 차는 그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했다.

 자본과 과학의 논리에 기대어 진보하려는 인간의 모든 도전과 욕망이 연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야생의 세계에서도 상어와 곰 등 연어를 노리는 포식자들이 많지만 정작 연어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존재는 인간이다. 인간은 환경을 오염시키며 연어를 죽이고, 영양이 풍부하다며 인기 많은 식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연어를 잡았다. 연어는 여전히 인간의 먹거리나 이용할 자원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자연은 그 자체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돌아간다. 연어 또한 마찬가지다. 연어를 노리는 포식자가 아무리 많다고 한들 그들의 먹성 때문에 연어가 멸종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연어에게 번식 본능은 살아남고 싶은 욕구보다 훨씬 강하다. 그래서 연어는 번식할 수 있는 한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종착지를 향해 헤엄쳐 간다.

 연어는 단호하면서도 용감하고, 자신의 생에 대하여 비굴하지 않고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존재이다. 비극적이며 영웅적인 삶을 살다가 일생을 마치는 연어의 삶의 모습은 다분히 시적인 장엄한 삶의 모습으로까지 보인다. 그런 연어가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연어의 삶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연어의 시간에서 작가가 말하는 대로 연어가 살아남지 못하면 지구 또한 생존할 희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연어와 우리는 운명공동체이다. 더 늦기 전에 연어라는 신비로운 생물이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가 멈춰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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