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제주에는 안개비가 내리는 짧은 장마가 찾아온다. 강수량이 적고 변덕스러운 날씨로 예측이 어려운 것이 특징인데 제주인들은 이 시기를 '고사리 장마'라 부른다. 고사리 장마철에는 자욱한 안개비가 대지를 적시고 자연의 양분을 한껏 머금은 고사리가 쑥쑥 자라난다.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흔히 "중산간에 고사리를 꺾으러 갈 때가 됐다"고도 한다.
△고사리의 특징
국내 자생하는 고사리는 모두 360여종으로 이 가운데 80%가 제주에서 자란다. 예로부터 제주도민들은 고사리를 먹고사리(흑고사리)와 볕고사리(백고사리)로 구분했다. 흑고사리는 줄기가 갈색이나 진한 초록색에 길고 통통하며 백고사리는 연두색에 줄기가 가늘고 짧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두 개의 고사리를 햇볕에 말려 건조하면 거의 식별되지 않을만큼 비슷한 모양새를 띈다.
△효능과 식용법
제주의 고사리는 전국에서 최고로 쳐주며 맛도 좋다. 예로부터 궐채(蕨菜)라 불리며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렸을만큼 쫄깃한 식감과 맛, 향을 자랑한다. 고사리는 단백질과 비타민 B1, B2, C와 미네랄 등이 다량 함유돼 영양가가 풍부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고사리는 식이 섬유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변비 해소와 이뇨 작용 그리고 부기를 제거한다. 또한 피부와 점막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어 피부 미용에 좋으며, 치아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사리는 채취 후 10여 분 정도 삶은 뒤 햇볕에 말려서 보관하거나 삶은 후 바로 급속 냉동시켜 냉동실에 두고 1년 내내 먹기도 한다. 고사리는 미량의 독성이 있어서 삶아서 바로 먹으려면 하루 정도 물에 담가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
△고사리 채취시 유의사항
제철 맞은 고사리를 따려다 보면 여러 가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 깊은 숲속이나 곶자왈 등으로 들어가곤 하는데 이때 길 잃음 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구조구급활동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도 내 고사리 채취 중 길 잃음 사고 건수 가 113건으로 확인될 만큼 사고 건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 잃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항상 일행과 동행하고 휴대전화 및 호각 등을 소지해야 한다. 또한 밝은색 옷을 입어 해충이 달라붙었는지 확인하며, 긴 바지를 입어 뱀이나 진드기 등에 물리지 않도록 한다. 건조한 날씨로 산불이 잦게 발생하므로 담배꽁초 버리지 않기, 야외 취사를 금해야 한다.
전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