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젓·자리구이 다양한 조리법
비타민A 풍부 눈 건강에 효능
기름기 적고 소화기 부담 덜어
식초·된장·제피 양념 자리물회
여름이 코앞으로 찾아온 5월 독 오독 뼈가 씹히는 맛이 일품인 '자리돔'의 계절이 돌아왔다. 변변한 먹을거리를 준비하지 못했던 어로 현장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한 즉석 음식이었던 자리는 이제 제주 사람들의 소울푸드이자 여름철 대표 별미로 자리매김했다. 날 것 그대로 초장에 찍어 먹거나, 찌거나 튀기거나 된장·고추장 등에 비벼 먹어도 무엇 하나 버릴 수 없이 모두 맛있는 자리 요리를 알아보자.
△자리물회·자리강회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별미는 '자리물회'다. 푸들푸들 생기 있는 자리돔을 잘게 썰고 마늘, 부추, 고춧가루, 식초 등을 넣은 후 된장으로 양념하고 시원한 생수와 얼음을 부여 먹으면 한여름 무더위도 거뜬히 이겨낸다. 특히 옛 제주인은 식초 대신 상큼한 향이 독특한 나뭇잎 '재피'를 향신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식당에서는 자리물회와 재피를 제공하는 곳도 있어 옛 향수를 느껴볼 수 있다.
자리강회는 몸의 비늘을 긁어낸 후 머리와 내장,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이물질과 핏물을 깨끗이 씻어낸 다음 등 쪽부터 어슷하게 썰어내는 것으로 손질을 마치고 다진 파와 마늘, 고추장을 넣고 양념한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자리젓
소금에 자리를 절여 담근 젓갈인 자리젓은 제주도의 향토 음식이다. 자리젓은 자리가 알을 배고 있으며 크기가 작고 기름기가 돌아서 제일 맛이 좋은 5월 하순부터 8월 사이 담그는 게 좋다.
자리젓은 싱싱하고 적당한 크기의 자리와 소금을 4:1 비율로 버무린다. 약간 짜다 싶을 때는 소금을 0.8 정도의 비율만 넣어도 된다.
버무린 자리를 항아리에 넣은 뒤 소금을 살짝 얹어 광목 헝겊으로 항아리 위를 덮어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하면 된다. 그렇게 숙성시킨 자리젓은 가을부터 꺼내어 풋고추와 고춧가루, 참깨, 참기름, 마늘, 파 등을 넣어 양념한 뒤 기호에 맞게 먹으면 된다.
이렇게 숙성한 자리젓을 구멍을 막은 전복껍데기에 납작하게 썬 무와 물을 넣고 끓이면 배지근한 맛(묵직하고 감칠맛이 도는 맛)이 일품인 자리젓지짐을 즐길 수 있다.
△자리구이
자리구이는 뼈째 먹는 생선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짭조름한 고소함이 일품이다. 굵은 소금을 치면서 불에 구워내면 요리 끝이다. 과거에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보리 파종 때 밭모퉁이 언덕바지에 앉아 모닥불을 피우고 소금에 절인 자리돔을 구워 점심을 먹는 풍경이 흔했다고 한다.
콩깍지대, 고사리대 마른 것, 참깨 마른 줄기 등 굽는 불의 재료에 따라 자리구이의 맛이 다르다. 이 밖에도 소금을 많이 넣어 꼬들꼬들한 자리돔을 그릇에 넣어 밥솥에 쪄낸 '촐(아래아)레', 나물과 미역과 함께 자리젓을 넣어 끓인 국 '자리젓국' 등도 제주 대표 향토 음식으로 꼽힌다.
△자리조림
자리조림은 8cm 미만 크기의 자리에 간장과 고춧가루, 설탕, 다진마늘 등을 넣고 만든 양념장과 물을 넣어 조린 것이다.
예전에는 간장을 쓰지 않고 소금에 절인 자리에 물과 풋고추를 넣어 조리기도 했다. 조선간장만 조금 넣고 오랫동안 조리는 방법도 있었다. 고기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