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탓인지 공정하고 정의롭게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처럼 보인다. 공정을 외치는 사람은 많지만 정말 공정한 사람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공정함에 대한 인식과 요구는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다.

공정함이란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선이나 정의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언어나 행위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사회와 개인들은 공정하지 못한 언어와 행동들에 대하여 깊은 자각을 하지 못하면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정함이란 무엇인가.

공정함은 먼저 민주사회에서 개인이 가진 권리와 의무의 측면에서 정의될 수 있다.

공정함은 일차적으로 모든 사람이 어떠한 기준에서도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동일한 출발점에 서 있지만, 때로 그러한 권리와 의무를 망각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자신은 공정하게 말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타인들은 전혀 공정하게 바라보지 않고 있는다는 사실이다.  

불공정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벗어나 같은 것은 같게, 그리고 다른 것은 다르게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흔한 속된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이지만 남이 하면 스캔들이다.'는 식의 선택적 차별로 인하여 많은 문제가 생겨나게 된다. 우리가 평등과 정의의 문제를 생각하기 위해서 조지 오웰의 유명한 소설 「동물 농장」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항구적인, 순수한 사회주의의 출현을 염원"하며 쓴 소설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작중에 나오는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라는 표현들은 동등함과 공정함은 유사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동물 중에서 지배층인 돼지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고 그런 대우를 합리화하고자 한다. 이는 불공정함이 선택적 차별을 통해 공정함으로 변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자유주의와 공동체 모두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 세계에서 기여할 수 있는 공정한 가치라고 말한다. 이때 정의란 형식적으로 정의 내리면 윤리, 합리성, 공정함, 그리고 선포된 윤리의 위배에 따른 처벌 등에 바탕을 두고 내리는 도덕적인 "옳음"의 개념이다.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함에 있어서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다수의 편을 드는 것도, 그렇다고 개인 하나하나의 의견을 다 수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도덕적 가치 판단이다. 어떤 의견이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지 서로 토론하고 합의해서 '공동의 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공동선에 이르기 위해 토론하는 과정과 여기에 이르는 개인들의 도덕적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흔히 우리는 토론의 과정에서 서로 승복하고 아름다운 합의에 이르고자 한다. 누가 싸우는 것을 좋아할까. 모두 내가 옳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공동의 선을 합의하는 과정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정의로운 개인과 사회를 만드는 것은 공동의 선을 이루는 과정이며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행사하는 길이기도 하다.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를 행사하고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를 만드는 길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길이며 올바른 도리가 통용되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과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부와 권력, 의무와 권리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묻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러는 가운데에서 우리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정의와 도덕적 관점'에서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가를 묻는 용기이다. 공정을 내세우는 개인과 사회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금언으로 삼을 만하다. "공정하게 행동해야 공정한 사람이 되고, 절제된 행동을 해야 절제하는 사람이 되고, 용감한 행동을 해야 용감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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