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서 제출…모두 1만4673건 등 방대
수형인명부 명예 회복 발판…과거사 해결 모범사례 자료도
제주 이어 전국 지지 이어져…세계인 공감 형성 작업 필요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첫 관문을 넘었다. 이를 통해 기억을 담고 있는 기록을 인류의 자산으로 보존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화를 위한 공감대 형성은 과제로 남고 있다. 제주4·3 기록물이 제주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만큼 '화해와 상생' 가치 확립에 주력하고 과거사 해결의 모범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역사적 교훈 가치 확산 등 올바른 역사를 후대에 전승하기 위한 기록물의 수집·보관부터 활용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10년 만에 성과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30일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등이 작성한 제주4·3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했다.
앞서 2012년 도내 학계와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토론회 등을 통해 제주4·3 기록물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필요성이 지속 제기된 지 10여년 만이다.
당시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018년부터 관련 준비를 진행해 왔다. 제주4·3평화재단은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중심으로 제주4·3 기록물 미국 현지 조사를 진행해 모두 3만8500여매에 달하는 기록물을 입수했다.
또한 2020년에는 민간 기록물 수집 캠페인도 전개해 400여건의 기록물을 수집한데 이어 진상 규명 운동 참여 인사도 3년에 걸쳐 19명을 채록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제주4·3평화재단은 2021년 12월 관련 문서와 기사, 사진 등 총 4만9635건의 제주4·3 기록물에 대한 아카이브 고도화 작업을 수행했다.
이 가운데 총 1만4673건의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대상에 올린 것이다.
세부적으로 문서 1만3976건, 도서 19건, 엽서 25건, 소책자 20건, 비문 1건, 비디오 538건, 오디오 94건 등이다.
이는 제주4·3 당시부터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가 발간된 2003년까지의 생산기록물이며 '억압된 기억에 대한 기록'과 '화해와 상생의 기록'이 포함됐다.
△역사적 가치 중요
이번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대상 가운데 주요 목록으로는 군법회의 수형인 기록, 수형인 등 유족 증언, 도의회 4·3 피해신고서, 4·3위원회 채록 영상, 소설 '순이삼춘', 진상 규명·화해 기록, 정부 진상조사 관련 기록물 등 방대하다.
우선 군법회의 수형인명부의 경우 제주4·3 당시 군사재판에 회부돼 수형과 사형을 언도받은 2530명의 민간인 명단과 인적 사항을 별지로 기재한 것이다.
당시 판결문과 재판 조서, 변호인 등 재판의 기본적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불법적인 재판이었던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다.
특히 군법회의 수형인명부를 통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 회복으로도 직결되고 있다. 제주4·3합동수행단은 현재까지 46차에 걸쳐 총 1330명을 직권 재심 청구했고 이 가운데 43차·1241명(박화춘 할머니 포함)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4·3 희생자 심의·결정 요청서 기록물은 '제주4·3특별법'에 따른 희생자 및 유족 신고서다.
이는 희생자 1인의 희생 경위를 담은 개별 기록이자 사건의 참혹함을 증언하는 총체적인 기록으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4·3위원회에서 희생자로 결정된 1만3592명의 개별적인 피해 사실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주민들이 2003년 하귀리 영모원에 자발적으로 제주4·3 희생자와 군·경 희생자, 항일운동가 신위를 함께 안치한 '영모원' 관련 기록물은 현재 '화해와 상생'의 가치로 과거사 해결의 모범적인 사례로 연구되고 있다.
이 밖에도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희생자가 형무소에서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유품이 된 엽서 등 제주4·3 기록물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도민 한목소리 염원
해당 제주4·3 기록물은 향후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등재심사 소위원회'에서 사전심사와 '국제자문위원회' 심사를 거치게 된다. 최종적으로 2025년 상반기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도민과 유족은 물론 정치권 등의 염원이 담겼다. 현재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을 중심으로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이하 등재 추진위원회)'가 출범된 상태다.
제주를 넘어 전 국민의 전폭적인 관심과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등재 추진위원회 출범 직후 운영하는 온라인 응원 캠페인에 참여한 인원만 1만명이 훌쩍 넘었다.
특히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절차인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을 때도 각계각층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화해와 상생'으로 비극을 치유한 제주4·3 가치를 전 세계인들이 공유·기억하고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는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실제 제주4·3 기록물에 담긴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는 해결 과정은 20세기 비극에 대한 21세기 최선의 해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4·3 기록물이 세계인의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록물의 수집과 보관을 넘어 활용 등을 통해 공감대 형성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양경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