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는 최근 가정폭력·성폭력 등이 사회문제로 크게 대두됨에 따라 이를 해결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원영숙의 가정상담실'을 신설, 매주 한차례Tlr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상담사레는 실제있었던 사실을 근거로 상담자들의 동의로 쓰여진 것입니다. <편집자주>


 “○○이가 공부를 못한다는 거예요(인문계 고2 반에서 20등 정도). 뼈빠지게 돈 벌어 학교 보내는데 말 안 듣고, 공부도 안하고 담배나 피우고 놀기만 하는 밥벌레라고. 아들은 아버지가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도 없으면서 술이나 먹고 행패 부리고 아버지 마음대로 안되면 큰 소리치고, 식구(엄마, 여동생)들을 개 패듯 하는 그런 아버지는 필요없다면서 아들이 술을 먹고 악을 썼어요. 남편은 자식교육을 제대로 시키지도 못하고, 아들과 짜고 자기를 남편, 아버지 대우를 해주지 않으니 가출해 버리겠다고 하고 나가서 오늘로 꼭 1주일이 지났어요. 날마다 내게 전화해서 아들 데리고 와서 내 앞에 무릎꿇지 않으면 절대로 집에 안들어 온다고 버티고 있어요. 이제는 중간에서 내가 돌아버리겠어요. 툭하면 식구들을 짐승 취급하면서…그런 게 무슨 아버지라고…지금 여관에서 오는 길인데 세상에 이런 아버지도 있습니까? 아무리 아들이 잘못했다해도 아버지가 집을 나간 법이 어디 있습니까. 참, 기가 막혀서”

 상담을 하다보면 드라마 같은 극적인 일들이 주변에서 벌어진다.

갈등의 원인은 상황이 각각 다르고 심리적 문제들이 그 배경에 깔려있기도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가족간의 의사소통의 부재다. 갈등 부부에 있어서, 의사 소통 유형의 공통점으로는 3가지 패턴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규정짓는 것이다(명령, 비난, 평가). 예를 들면, “밥 차려 와!”, “빨리 퇴근해서 애 데려와요!”, “하루 종일 집에서 뭐 했어?”와 같은 말투다.

 이런 패턴의 대화를 사용하는 부부관계, 즉 가족 관계는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입히게 되고 정서적 외로움과 증오감을 키워간다. 앞에서 본 사례는 상하관계, 즉 주종 관계의 의사소통 정서가 가족의 화목을 방해하고 있고 불안과 공포가 집안 분위기를 지배한다.

 이런 현상들은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교육 받아온 제도적 장치들이 한 몫을 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권위주의의 산물로 가정에서 사회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적절한 대화 기술들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이런 배경에서인지 사람들은 가장 중요하고 갈등의 원천인 대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는 별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원영숙·제주여민회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장, 상담전화 756-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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