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사삼을 말하다'
지난 2일 제주 아트센터서
광주 오월노래단 등 참여해
청춘남녀 소환해 신선함 더해
뭍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사건' 이었던 제주 4.3이 오늘날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1999년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도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후 제주4.3희생자와 유가족의 오랜 염원이었던 보상금 지급이 확정되고,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해야만 했던 억울한 이들의 누명이 하나 둘 벗겨지기 시작했다.
2014년 제주4.3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됐으니 실제로 제주 4·3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불과 10년에 불과한 셈이다.
70여년 세월에 갇혀있던 제주 4.3이 세상에 알려지는 변화의 기로를 맞았지만, 여전히 쓰라린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제주4.3의 흔적이 여전히 제주도 전역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폭포와 해변, 동굴 그리고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비행장까지.
이 모든 곳은 당시 수십만 명의 제주도민이 무참히 살해당한 대규모 학살터였다.
아직 우리는 제주 4·3의 정명을 찾지 못했고, 여전히 대량 학살극 가해자의 실체를 가려내지 못했다.
4.3은 과거의 일이 아닌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형의 이야기다.
76주년 4.3추념식을 하루 앞두로 열린 전야제에서는 역사의 진실 앞에서 예술의 이름으로 기억을 소환하고 완전한 해결을 다시한번 다짐했다.
추념식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전야제 행사인 '디아스포라, 사삼을 말하다'가 열렸다.
이날 전야제는 제주 4.3의 광풍을 피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디아스포라(diaspora)의 아픔을 예술로 표현하는 무대로 꾸며졌다.
'디아스포라'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곳곳에서 흩어져 살아야 했던 유대인을 지칭했지만 이후 의미가 확장돼 고국 또는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집단을 가리킨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제주 출신으로 미국에서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도희씨의 퍼포먼스, 광주 프로젝트 중창단 '오월노래단'과 재일 뮤지션 박보의 '4.3을 노래하다' 공연이 이어졌다.
오월노래단은 광주 출신 음악인들로 구성된 밴드로 광주 5.18항쟁과 제주4.3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연결해 '사월에 만나는 오월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특히 이날 오월노래단은 광주출전가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부르며 광주에서 태동해 전국적으로 확산한 1980년대 민중가요의 항쟁정신을 웅장하게 표현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지난해 쇼케이스 형태로 제작돼 가능성을 보여줬던 뮤지컬 '사월'이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특히 올해 전야제는 지난날 무게감있게 구성했던 무대 보다는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예술제를 추구한 점이 눈에 띄었다.
6.25 전쟁이 발발한 시점부터 제주 3.1 발포사건, 도민 총파업, 토벌대의 습격과, 방화 사건, 한라산으로의 피신 등 제주4.3의 역사적 사건을 '청춘 남녀' 인물을 소환함으로서 무겁지만 새로운 희망을 꿈꿔볼 수 있는 극으로 완성시켰다.
창작뮤지컬 사월의 대본 작성을 맡은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 이번 전야제가 제주 4·3을 소재로한 다양한 예술 공연의 출발이 되었으면 한다"며 "4월을 잊지 않겠다. 역사의 정의가 바로 서는 그날까지 진실의 횃불을 들겠다"고 전했다.
전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