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 '회귀, 다시 돌아오다'
오는 23일부터 김창열미술관
금방이라도 또르르 흘러내릴 것 같은 '물방울'이 누군가에겐 고통을 잊기 위한 정화의 수단이었다.
평범한 '물방울'을 예술로 승화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김창열 화백. 그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은 오는 23일부터 8월 11일까지 소장품 기획전 '회귀, 다시 돌아오다'를 선보인다.
김창열 화백은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대중적인 인기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실제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물방울에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인간이 겪는 상처의 고통과 아픔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 현대미술에 큰 자취를 남겼다.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열여섯 나이에 월남해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검정고시로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으나 6.25 전쟁이 벌어지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전쟁 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고인은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1957년 박서보, 하인두, 정창섭 등과 함께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하고 한국의 급진적인 앵포르멜 미술운동을 이끌었다.
1960년대 들어서는 세계무대로 눈을 돌렸다. 1961년 파리 비엔날레,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온 뒤 대학 시절에 발발한 6.25전쟁은 그의 인생뿐만 아니라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총을 맞아 구멍 뚫린 형상을 표현한 '상흔', 사람이 찢긴 듯한 이미지를 담아낸 '제사'라는 초기 작품뿐만 아니라 물방울 작품에도 전쟁의 아픔을 담아냈다.
김 화백은 이같은 아픔을 '회귀' 연작으로 완성시켰다. 그는 '회귀' 연작에서 물방을과 동양사상의 정수인 천자문이라는 새로운 바탕에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했다.
그의 회귀 연작은 물방울과 천자문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해 작품에 표현했다.
천자문을 여러 번 겹쳐 쓰거나 글자 크기를 과감하게 키우고 바탕에 색을 넣기도 하며 천자문과 물방울을 한 화면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소장품 기획전에서는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작가가 감내한 고향과 조국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삶과 작품의 관계성 속에서 조명한다.
주최측은 "김창열의 무수한 물방울들은 그 찰나의 맺힘과 소멸에 6.25전쟁과 같은 물리적 상처와 삶에 잠복한 실존적 불안을 모두 얹어 떠나보내고 마침내 평안과 평화에 도달하고자 했던 작가의 길고 긴 치유의 궤적"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