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받이 주변으로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간간이 보게 된다. 흡연 후 담배꽁초는 자연스럽게 빗물받이 속으로 버려진다.
빗물받이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흘러흘러 어디로 갈까. 바닷속을 헤엄치는 담배꽁초는 결국 어디까지 갈까.
얼마 전 스웨덴의 스톡홀름대 연구진이 대서양에서 진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바다에서 나오는 미세한 물방울 때문에 대기중으로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방출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과불화화합물은 원래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수천 종의 물질로 간기능 장애와 암, 아동발달장애, 생식기능 저하등의 유해물질로 밝혀지면서 미국과 유럽등 선진국에서 사용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물질이다.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 화학물질 등에 반응하지 않는 특성 덕에 프라이팬 코팅제에서부터 패스트푸드 포장재 종이컵 코팅제 방수의류, 반도체산업, 군대나 공항에서 사용되는 특수 방화재,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한 번 만들어지면 잘 분해되지 않는 성질 때문에 붙혀진 영원한 화합물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 물질들은 자연에 계속 누적되고 있고 미국 인구97%의 체내 혈액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결국 자연에 누적된 이 물질들이 흘러흘러 바다에 쌓이고, 그 결과 수면에 물보라가 칠 때 물 속에 있던 이 물질들이 대기중으로 방출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었다. 이 때 방출된 과불화화합물로 해안가의 토양과 물, 거주인들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는 아직 알지 못하고 점차 사용금지를 기대하게 되었지만 푸르고 아름다운 우리의 바다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물질로 얼룩지고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화학물질로 인한 지구 오염이 이미 한계치를 넘은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화평법, 화관법등 화학물질 관리 규제를 완화하며 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고 한다. 공기와 물이 오염되고 지구가 망가지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이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 받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이익에 우리는 무릎을 꿇고 있다
정부만 비판해서 될 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오염은 그렇다쳐도 눈에 뻔히 보이는 오염물질들이 대명천지 개의치 않고 길거리에 내던져지고 있다. 담배꽁초 이야기다. 도심 거리 곳곳, 빗물받이에 수북히 쌓인 담배꽁초는 수천 가지 유해물질을 품고 바다로 가고 있다. 이미 수많은 환경단체, 지자체가 담배꽁초 무단투기 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나아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담배꽁초는 휴지통에 버려달라는 너무나 당연한 말을 캠페인 문구로 만들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착한 일 하는구나 기특해 하는 것으로, 그저 부끄러워 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방지 캠페인에 3년간 함께 해 본 경험이 말하는 것은 자발적 참여를 바라는 캠페인 만으로는 절대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 것. 있으나 마나한 규제가 우리의 바다와 우리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는 것. 담배꽁초 스무 개피가 들어있는 담배갑을 가져와야 담배를 1갑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던 무단투기에 수백만원의 벌금을 메기건 어떻게든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길거리 빗물받이 속 담배꽁초 줍는 캠페인 활동을 하지 않도록, 독을 품은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