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오브제주 29일 제작발표회
내년 6월 12일 이탈리아서 초연
제주 노래 음절 활용, 라틴어 공연
"아픔을 세계인과 공감할 기회"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 '제주 4·3'이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사용하는 전례 음악으로 제작돼 유럽인들에게 알려질 전망이다.
제주 소재 음악 제작사 사운드오브제주(대표 문효진)는 29일 오후4시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유럽에서 첫 초연하는 '제주 4·3 레퀴엠'의 제작발표회를 열고 기자들과 질의를 이어갔다.
이번 작업은 사운드오브제주와 이탈리아 남부의 타란토시의 아르투르 토스카니니 음악협회(이하 협회)가 지난해 공연예술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두 단체는 제주 창작 작품인 4·3 레퀴엠을 제작해 내년 6월 12일 오후 7시30분께 이탈리아 타란토 극장에서 초연해 선보인다.
레퀴엠은 18세기부터 시작된 장례미사곡으로 모차르트, 베르디 등의 작품이 가장 대표적이다.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은 유럽 전역의 평화 콘서트에서 전쟁에 희생된 이를 기리는 주요 곡으로 연주되곤 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내년 바티칸 시국 로마 교황청이 '2025년 희년'을 맞아 그 의미를 더할 계획이다.
'성년의 해'로도 불리는 희년이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를 의미한다.
50년마다 안식의 해로 공포된 희년은 로마에서 '해방의 해' '은혜의 해' '보복의 해'로 선포하고 있다.
또한 이번 공연은 '이어도사나'와 같은 제주 노래의 음절을 활용한 라틴어 음악으로 제작돼 눈길을 끈다.
라틴어로 불리는 '제주 4·3 레퀴엠'이 유럽인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제주 4·3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올해 한국과 수교 140주년을 맞는 이탈리아에서 공연이 이뤄져 의미를 더한다.
이번 공연에 오를 한국 예술가들은 공모를 통해 선정되는데 제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과 이탈리아의 한국인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작품이 초연될 이탈리아 타란토 역시 4·3과 같이 민간인 희생자가 나온 역사가 있다.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와 전함이 맞붙어 많은 전쟁 민간인 희생자가 있었던 도시이다.
이탈리아의 전설적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후손과 제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협회는 세계적 테너이자 예술감독 리카르도 타무라, 마에스트로 마리아노 파니코, 소프라노 로레나 자키리아, 테너 파비오 아르미아토 등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속해 있다.
이날 문효진 대표는 "레퀴엠은 전통적으로 종교음악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평화의 의미로 확장하고 싶다"며 "내년 성년의 해를 맞이한 로마에서 제주 4·3을 알리게 될 수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3 레퀴엠이 마음껏 울어보지 못한 이들의 뜨거운 눈물이 되어 줄 것이라 기대하며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아픔을 세계인과 공감할 기회"라며 "제주와 평화도시 연대를 맺고 있는 독일 오스나브뤼크 , 프랑스 등의 도시와도 협의해 제주의 콘텐츠와 예술가들을 국제적으로 유통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