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초반 미혼 회사원 정인아씨(30)는 올해 추석 연휴 기간 개인 연차를 활용해 친구들과 함께 베트남으로 8박 9일 여행을 떠난다. 일주일에 4일꼴로 야근에 시달리는 직업의 특성상 휴가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모처럼 찾아온 긴 연휴에 몸과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 위해서다. 정씨는 "부모님께 안부를 드릴 겸 사정을 말했더니 흔쾌히 다녀오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몇년 전까지만 해도 추석은 온가족과 친척이 모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셨는데 코로나 이후 달라지신 것 같다"고 전했다.

#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김OO씨(62·남)는 첫 가족 여행을 떠난다.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 모일 기회가 줄어들면서다. 김씨는 "추석은 매년 돌아오지만 아이들과 함께할 날이 많지 않을 수 있음을 느꼈다"며 "올해는 아들, 딸, 아내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여느 때와 같이 친척들과 한자리에 모여 근황을 묻고 차례를 지내는 집도 존재한다. 김OO씨(59·남)는 "우리마저 떠난다면 정말로 추석 고유 모습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명절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개인의 자유지만, 평소에 데면데면하더라도 추석만큼은 얼굴을 보며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문화가 남아있으면 한다"고 전했다.

추석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은 예부터 설날, 단오와 함께 한국 3대 명절로 꼽혔다. 추석은 풍성함에 감사하고 나누는 날로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떡을 빚어 나눠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랜만에 마주한 가족·친척들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 속담을 덕담으로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추석 풍속도'는 과거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추석 연휴가 되면 고향을 찾는 대신 해외여행을 가거나 혼자서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민족 최대명절'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다. 명절하면 흔히 떠오르는 온 가족이 송편을 빚는 장면은 "그땐 그랬지"라는 말이 튀어나올 만큼 옛 풍경이 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흐름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됐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면서 차례상이 간소화되는가하면 제사음식을 주문하는 집도 늘었다.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 시대라 불릴 만큼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핵개인은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현시대를 반영한 단어이다. 자신만의 생활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추석을 명절보다는 휴가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연휴 여행'은 이제 새로운 명절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번 추석 연휴 약 120만명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 특별 교통 대책 기간(13~18일) 일평균 20만1000명이 인천공항을 방문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 여객 수는 120만4000명으로 역대 추석 연휴 최다 여객 기록이다. 코로나로 몇년 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추석 황금연휴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추석 세태는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는 시기임은 분명하다. 과거의 추석은 대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물리적인 모임이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내년부터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어쩌면 어르신들은 평소 떨어져 있는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추석을 뜻깊은 날로 달력에 표시해 놓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추석 연휴 기간 오일장 풍경. 제민일보 자료사진
추석 연휴 기간 오일장 풍경. 제민일보 자료사진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