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턱아카데미 <5> 삼성여자고등학교

조남용 제주해녀문화연구원 대표 강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지정 이유
소통하는 공동체와 삶의 태도 등 설명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이사장 김택남)와 제주특별자치도가 개최하고 제민일보(대표이사 오홍식)가 후원하는 '공동체로 배우는 제주해녀문화 - 불턱 아카데미'가 지난 22일 삼성여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불턱 아카데미는 2024년 제주해녀문화 가치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도내 청소년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해녀 문화의 가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제주 해녀문화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와 후대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세계가 인정한 제주해녀문화 가치
이날 불턱 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조남용 제주해녀문화연구원 대표는 삼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제주해녀와 해녀문화의 문화적, 경제적, 생태적 가치를 설명했다.

조남용 강사는 "유네스코는 제주 해녀만이 아닌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지정했다"며 "무형문화유산의 범위와 특징은 △전달체로서 언어를 포함한 구전 전통 및 표현 △공연예술 △자연 및 우주에 관한 지식 및 관습 △전통기술 △세대와 세대를 거쳐 전승 △인간과 주변환경, 자연 교류 및 역사 변천 과정에서 공동체 등 통해 재창조 △공동체 등 정체성 및 지속성 부여 △문화 다양성 및 인류의 창조성 증진 △공동체간 상호 존중 및 지속가능발전 부합 등이다. 숨비소리와 불턱 등 모든 것이 조건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세계인권선언과 같은 국제 인권 관련 규범과 양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녀들은 서로를 존중해 왔기 때문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강사는 "해녀들에게는 '불턱'이라는 휴게실 같은 공간이 있었다. 추우니까 불도 피워놓고 서로 교육이 이뤄지기도 하고 사랑방의 역할을 했다"며 "불턱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보면 해녀문화가 얼마나 인권을 챙기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녀마다 나이가 들거나 조업 능력에 따라 수산물을 채취하는 양이 전부 달랐다. 해녀들은 채취한 수산물을 사람 수대로 나누는 방식이 아닌 물질이 어려운 깊은 바다에 들어간 해녀가 물질이 쉬운 곳에 해산물을 풀어두는 방식을 썼다"며 "더 이상 일을 하기 어려운 고령의 해녀들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재생산·재분배 방법이다. 이렇게 생긴 것이 '할망바다'다. 할망바다는 물질하기 어려워진 해녀를 위해 다른 해녀는 들어가지 않기로 해녀공동체 모두가 약속한 뭍에서 가까운 얕은 바다"라고 설명했다.

또 "문화 중 인권 규범에 어긋나는 것들은 유네스코에 등재될 수 없고, 등재돼서도 안 된다"며 "유네스코가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지정한 핵심 이유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문화"라고 강조했다.

△제주해녀의 민주적 소통과 삶의 태도
강사는 해녀들의 민주적 소통을 통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공동체와 개개인을 위한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강사는 "민주주의에서 의사결정 방식으로 다수결을 사용하지만 소수의 의견이 무시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며 "해녀들은 다수결이 아닌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조율해서 합치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또 "서로 대등하게 존중하고 의견을 합친 결과 할망바다가 탄생했다"며 "대화, 타협, 양보, 배려를 통해 합의를 이끄는 방식이 유네스코에서 지키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사는 "해녀들이 물에 한 번 들어갔을 때 1분 정도 들어간다고 치면 20초 정도 남았을 때 큰 전복을 발견했다고 해서 절대 무리해 따지 않는다. 직업 문화 특성상 물속에서 욕심은 안전과 관련돼 절대 욕심 부리지 않았다. 욕심 부려서 '물숨'을 먹게 되면 죽는다"며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 이 태도는 성실과 책임으로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내가 원하는 것이 다른 사람과 상충할 때 욕심을 부리면 갈등이 생기고, 이는 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막 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러한 2가지 이유에서 해녀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살기 위해 해녀공동체는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소통했다"며 "세계인들은 해녀문화의 이러한 가치를 지키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고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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