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조지 베일런트 「행복의 조건」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물음이다. 사람들은 한 번도 행복해 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행복해지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며 행복에 집착한다. 행복해 질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치르고 어떤 가치도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평등·인권·사랑과 같은 이념은 모두 이 세상을 영위해 가는 데 있어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들이지만,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하다면 이들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여긴다. 정치가들도 한결같이 '국민의 행복'을 구호로 외친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목표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들의 구호는 헛된 것이기 일쑤다. 사람들은 이 지상의 어떤 고귀한 가치와 이데올로기도 인간에게 만족스런 행복을 만들어 주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행복을 위해 바쳐지고 '행복한 삶'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화두가 되었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또한 나에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흔히 행복은 '잘 사는 것'과 동일시된다. 플라톤의 대화편 '크리톤'에서 소크라테스가 '사는 것'과 '잘 사는 것'을 구별하듯이,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단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야 한다. 그러나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집에 거주하면서 만족하게 살면 '잘 사는 것'이고 행복한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그냥 '사는 것'이며 불행한 것인가.
만약 우리가 행복을 오직 개인의 주관적 감정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좋은 삶을 살고 있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언젠가 인도의 오지 라다크에서 머물 동안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곳 사람들은 하루에 한 두끼의 식사를 하고 전등이 없는 집에 살면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오늘과 같은 고도 자본주의사회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 재화라고 할 때, 어떻게 하면 부를 획득하고 축적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현대 인간들에게 공통된 과제임이 분명하다. 부의 축적 과정에서 많은 사람은 갈등과 불행을 겪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갈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며, 적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성공이 갖는 의미는 다분히 상대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성공이 곧 타인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한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여기서 다시 성공과 실패를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사람에 따라 성공은 했지만, 그의 삶이 행복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의 삶이 반드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 정도의 논의에 비추더라도 행복의 조건에는 우리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깊고 다양한 철학적·주관적 근거가 존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행복의 조건」의 저자 조지 베일런트가 제시하는 행복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나는 행복한가,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는 것이라고 한다. 행복을 얻기 위해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재능과 노력으로 꿈을 실현하고, 자신의 행복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행복하냐 아니냐도 전적으로 우리 가슴속에 존재하는 행복의 바로미터에 달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행복하다면 누가 뭐라 하든 행복한 것이고, 내가 불행하다면 누가 뭐라 하든 불행한 것이다.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과 가정에도 만복이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