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 지정 20주년을 맞는다. 세계평화의 섬 지정은 2005년 1월 27일 노무현 정부 당시 이뤄졌다. 4·3의 아픔을 화해와 상생으로 극복한 제주에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선도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이후 제주는 4·3평화공원 조성, 평화포럼(제주포럼) 개최, 제주평화연구원 설립 등 세계평화의 섬 17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장기간 표류했던 제주평화대공원사업도 오영훈 도정에서 본격화되며 동북아 평화협력체 창설 과제만 남아 있다.

하지만 올해 20주년 기념 행사가 빈곤해 씁쓸하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남북 화해와 평화·협력 선도를 위해 연례적으로 개최하던 기념식과 세미나조차도 없는 것으로 전해져 자괴감이 들 정도다. 심지어 국내외 홍보, 교육프로그램 개발, 도민 의식 함양과 참여 유도 등 평화사업을 발굴하고 실천할 민간 범도민실천협의회도 다시 구성하지 못하면서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제주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계속 발전하려면 정부의 지원 못지않게 내부역량 강화가 필수다. 새로운 환경변화에 맞는 평화사업 발굴과 실천을 통해 평화 브랜드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제주포럼 외에도 자연·생태는 물론 친환경 에너지, 제주의 지방외교정책 '아세안 플러스 정책'과 연계한 인권·신뢰·포용의 국제 교류·협력 등 새로운 평화문화를 확산시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20주년에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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