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제주문예회관에서 오명식 개인전 ’4・3과 그리움‘이 열리는 가운데, 작가가 작품 ‘한모살‘을 작업하고 있다. 고은리 기자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제주문예회관에서 오명식 개인전 ’4・3과 그리움‘이 열리는 가운데, 작가가 작품 ‘한모살‘을 작업하고 있다. 고은리 기자

 

   오명식 ‘4・3과 그리움’전
   22~27일 문예회관 개최


    캔버스에 올린 물감과 머리카락에는 제주4・3 희생자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담겨있다.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구현한 작품이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고 깊이 있는 그림은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게 한다.

   독창적인 표현기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오명식 작가가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제주문예회관에서 개인전 ‘4・3과 그리움-마음 깊은 곳의 그리움을 불러본다’를 연다. 

   20일 본 전시가 열리기 전, 오 작가를 만나 직접 작품에 담긴 서사를 들을 수 있었다.

 

   △머리카락으로 만드는 그림
   어릴 적부터 남다른 손재주가 있었던 작가는 24살부터 미용일을 시작했다. 

   미용을 하면서도 예술적 호기심으로 인해 줄곧 헤어 아트와 공예품을 만들며, 늘 새로운 것을 마주하고 끊임없이 도전을 시도했다.

   국내외 저명한 미술 및 미용대회에서도 잇따라 수상하는 등 남다른 성과를 냈다.

   “머리카락으로도 그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어느날, 미용사로 일을 하던 오 작가가 문득 떠올린 생각이었다.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과 머리카락을 함께 담기 시작했다.  

   본인이 이야기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정말 새롭고 신기한 일이었다.

   예술적 활동의 보편적 재료가 아닌, 새로운 재료를 활용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남다른 가치를 추구하게 됐다.

   마음 속에 묵혀뒀던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도 함께 펼쳐내기 시작했다.

   작가는 부모님을 모두 보내고 나서야, 그들이 너무나도 가슴아팠던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됐다.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제주4・3 당시 희생당한 외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언급 안하시며 그 아픔을 혼자 묻고 가셨다.

   그날의 처참한 실상을 몰랐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작가는 이러한 아픔을 표현하고 알려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러한 작가의 생각을 녹여낸 작품들은 제주4・3, 특히 집단 학살터였던 당시 가시리의 현장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는 가시리에서의 제주4・3사건의 전개 과정을 풀어낸다.

   토벌대에 의해 마을이 불에 타고, 그들을 피해 숨어 살며 가시덤불 속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 등 작품들은 희생자들의 고통을 수면 위로 올려내고 있었다.

 

메인작품 ‘버들못’은 제주4・3의 비극 속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메인작품 ‘버들못’은 제주4・3의 비극 속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희생자들에게 건내는 위로

   메인작품 ‘버들못’은  4.3 당시 76명의 희생자가 버들못 근처 가시리로 가는 길목 밭에서 총살되던 순간을 그렸다.

   이에 대해 오 작가는 “전시는 가시리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지만, 작품들 마다 치유의 메시지가 함께 담겨있다”고 전했다.

   이어 “120호 크기의 ‘버들못’에서 잎사귀들은 희생자들을 의미한다“라며 ”고향 하늘에서 바람에 휘날리며 평안하게 쉬기를 바란다는 위로를 건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직접 현장 상황을 알아보며, 구상이 오래 걸렸던 작품“이라며 ”실제 유가족들의 머리카락은 배경부터, 잎사귀 모든 부분에 활용했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어머니를 비롯, 4・3의 아픔을 간직한 희생자들게 자그마한 위로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앞으로도 내 주변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을 캔버스에 담아내며 나만의 그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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