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지 2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해결과제는 산적해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도 그중 하나다. 당시 제주도민들은 알뜨르비행장 등 도내는 물론 멀게는 남태평양 제도까지 각종 광산, 군수공장, 공사장, 전장 등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해야 했다. 피해자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정부 의료지원금을 받는 도내 생존자는 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간 민간을 중심으로 제주지역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연구와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등 문제 해결 노력이 진행돼온 반면 정부 차원에서는 오히려 한일관계를 의식해 과거사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상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주도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10년간 생존 피해자 수가 49명에서 단 2명으로 줄어드는 동안 제주도는 이들의 이름과 거주지, 생년월일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배상문제 등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걱정스럽다.

현재 전국 생존 피해자 가운데 최연소가 86세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지자체는 한시라도 빨리 실태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로부터 진실규명이나 명확한 사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제주도마저 생존 피해자들을 외면한다면 어둠 속으로 역사가 묻힐 뿐더러 자칫 역사왜곡의 빌미를 줄 수 있다. 과거사 정립과 해결로 한일간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와 제주도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