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범 제주상하수도본부 상수도부 주무관
제주는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섬이자,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다. 그러나 기후 위기가 청정섬 제주를 서서히 심각한 물 문제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해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정수 시스템, 'AI 정수장'이다.
제주도에는 17개의 정수장이 운영되고 있다. 취수원은 지하수, 용천수, 해수 등으로, 지역마다 수질 특성도 제각각이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제주의 특성상 시기별 수요 예측이 매우 까다롭다. 이런 복잡한 조건 속에서 AI의 분석력과 예측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특히 AI 정수장에는 '예지보전 시스템(PMS)'이 적용돼 설비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조치할 수 있다. 여기에 '지능형 안전관리 시스템'까지 더해진다면 현장 작업자의 안전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물론 도내 17개 정수장을 한꺼번에 AI화 할 수는 없다. 먼저 각 정수장의 여건과 기술 수준을 면밀히 진단한 뒤, 초기에는 운영자의 판단을 지원하는 '자율운영 1단계' 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완전한 자율 운영 체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AI 정수장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지속가능한 제주 물관리를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다. 그리고 제주는 이런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역량을 갖춘 지역이다.
기후 위기 시대, 기술은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해답이다. 변화는 때로 두렵지만 그 안에는 늘 기회가 함께한다. 이제 제주도의 물관리도 인공지능이라는 든든한 동반자와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