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지 제주도 수산정책과 주무관
제주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바다는 일상이다. 멀리서 바라보거나 가족들과 산책하며 마주하던 바다. 계절마다 색이 바뀌고 파도 소리가 바뀌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익숙했던 바다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제주 바다는 예전과 다르다. 고등어는 잡히지 않고 생전 처음 보는 물고기들이 그물에 걸린다.
한때 바다를 가득 메웠던 감태밭은 사라졌고 바다 물빛은 맑아졌지만 왠지 모를 쓸쓸함을 안고 있다.
해녀 어르신들은 "바다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작게 느껴질 수 있는 이 변화가 제주 바다 생태계를 크게 흔들고 있다.
물고기는 북쪽으로 떠나고 해조류는 죽어가며 해파리는 대량으로 번식하고 있다. 어민들은 생계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바다를 찾는 이들조차 경계심을 갖게 됐다.
제주 바다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세대를 이어 생계를 위한 터전이자 아이들의 웃음이 번졌던 공간이며 오랜 시간을 견뎌온 어르신들의 삶의 기록이 깃든 곳이다.
바다가 무너진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과 문화, 삶의 일부분이 사라지는 일이다. 그 무게를 우리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바다가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
조금 늦었을지언정 지금부터라도 행동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며 바다를 위한 보호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우리의 아이들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제주 바다는 참 좋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