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배경작 '인생세탁소'
개발 광풍 속 불편한 동거

국내 영화제 수상 등 인기
해외·국제 영화제 초청도

제주 바닷가 작은 마을에 한 가족이 살고 있다. 엄마 옥희와 딸 은영, 그리고 손주 준서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조금 복잡하다. 은영은 옥희의 친딸이 아닌, 전 남편의 딸이다. 준서의 경우 옥희의 친아들이 맡긴 아이다. 은영을 중심으로 보자면 옥희는 새엄마고, 준서는 이부 조카인 셈이다. 영화 '인생세탁소'의 주인공들이다.

은영은 딸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 제주에 왔다. 금방 떠날 예정이었지만 이부 조카의 갑작스런 등장과 옥희의 사고로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이들 관계의 중심이 되는 '아빠'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남기고 간 것이 있었으니, 낡은 세탁소다.

딸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 돈이 절실한 은영은 세탁소를 팔고 싶어 한다. 반면 옥희는 세탁소를 지키고 싶어 한다. 

설상가상 마을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온다. 개발업자는 이 세탁소가 눈에 거슬린다. 세탁소를 향한 방해와 위협은 점점 커져만 간다. 

인생세탁소의 이야기는 1988년 '탑동 매립 반대 운동'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감독은 탑동 해녀투쟁 이후 30년뒤 벌어진 또다른 투쟁을 필름에 담아냈다. 

개발로 혼란한 이 시기 제주를 그려낸 이 작품이 전국을 넘어 세계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인생세탁소는 서울독립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났으며 모스크바, 스페인, 스웨덴 등 우수 해외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5·18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는 6월 서울에서 치러질 서울국제노인영화제에 한국장편초청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이야기다. 자본의 폭력에 정체성을 잃어가는 가족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가족은 세탁소에 있다. 세탁소에는 더럽고 구겨진 옷을 맡긴다. 세탁이 끝나면 구겨짐은 펴지고 더러움은 온데간데 없다.

아버지가 남긴 작은 세탁소는 수십년 세월을 견뎌온 역사를 말한다. 영화는 질문한다. 아버지가 남은 가족들에게 남긴 유산은 세탁소 뿐이었을까.

영화는 제주 출신 문숙희 감독이 연출했으며 옥희역에 문희경 배우가, 은영역에 강진아 배우가 열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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