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특별자치시·도의 맏형으로서 지방 분권을 선도해왔다. 정부로부터 고유 권한을 일부 이양받아 독자적인 정책 실험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초광역권을 통한 통합과 권한 재편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21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 역시 지역 통합 중심의 초광역권 공약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제주의 특별한 지위는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모두 전국 5대 초광역권을 공약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법인세 등 권한 이양을 공약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역소멸 문제를 풀고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이지만 자칫 제주특별자치도의 정체성과 차별성이 전국적인 행정체제 개편 흐름 속에 묻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제주의 특수한 지위가 희석될 경우 권한과 재정, 입법 자율성에서 정체될 우려도 제기된다.

특별자치도 제주의 위상과 권한은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 범람하는 초광역권 논의에 앞서 제주가 지방분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고 어떤 권한을 지켜야 하는지 분명히 주장해야 한다. 정부를 상대로 제주가 추진하는 자치모델을 인정받고 포괄적 권한 이양 등 과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도민사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초광역 흐름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보다 제주가 가진 분권 선도지역 위상을 지키기 위한 능동적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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