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제주회의가 지난 16일 마무리됐다. 제주에서는 제2차 고위관리회의와 통상·교육·고용노동 장관회의 등 핵심 국제회의를 유치함으로써 4000여명이 참석해 글로벌 현안을 다루는 성과를 거뒀다. 제주도의 국제회의 개최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다. 1991년 한소정상회담을 비롯해 6차례의 정상회담과 12차례 장관급 이상 국제회의를 개최해온 제주의 브랜드를 이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제주도가 '국제회의의 메카'로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경쟁 지자체들의 전략이 강화되고, 정부 정책이나 세계 외교환경도 급변하고 있어 각종 회의 유치가 갈수록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제주는 2005년 국가 차원에서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곳이자 천혜의 자연환경 및 관광인프라, 제주포럼 등 지속적 국제회의 개최 경험이라는 강점을 적극 활용해나갈 필요가 있다. 도정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기후·환경 분야 회의 유치도 유리한 입지다.

제주도는 앞으로 자연과 평화의 이미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후위기, 개발협력, 교육 등 평화와 연계된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복합적인 도시 브랜드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국제회의 경험이 있고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고 해도 제대로 활용해야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나 헬싱키처럼 작지만 강한 외교 도시를 본받아 세계적인 컨벤션 허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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