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이 제주시내 4개의 단성 중학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가까운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하고, 신제주권 등의 남녀 학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는 조치다. 도내 남녀공학 중학교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현실도 정책 추진의 배경이다. 특히 초등학생 보호자 다수가 통학거리를 중학교 선택 기준으로 본 점에서 공학 전환은 학생과 학부모의 현실적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일 수 있다.
다만 이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남녀공학 전환은 학교의 정체성과 전통, 구성원간 문화에 변화를 수반하는 문제다. 학교 구성원은 물론 동문·지역사회가 처음 맞닥뜨린 상황에 혼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이번 정책이 넘어야 할 중요한 심리적·사회적 장벽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학습·통학권이라는 단순한 접근보다 양성평등 인식, 사회성·상호존중 태도 향상 등 교육적 효과를 함께 주목할 필요도 있다. 물론 학교 및 교사들이 성인지 감수성과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점검도 필수다.
도교육청이 내달부터 개최하는 학교별 설명회는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참여해 함께 변화를 모색하는 장이 돼야 한다. 공감 없는 정책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남녀공학 전환은 단순한 성별 혼합이 아닌, 성평등 교육과 통합적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변화의 성공 여부는 정책의 완성도와 함께 그것을 수용하는 공동체의 준비 정도에 달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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