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서 사회 배우는 아이들,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나
지난 27일, 대통령 후보 TV 토론 방송에서 한 후보가 부적절한 성적 표현을 사용해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실언을 넘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흔히 유통되는 조롱과 혐오의 표현을 공적인 자리에서 그대로 옮긴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이 사건은 지금 우리 사회에 스며든 디지털 언어 문화의 민낯을 보여준다.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성별, 계층, 지역, 정치 성향, 장애 등을 소재로 한 비하와 조롱이 '밈'과 '유머'라는 이름으로 유통된다. 이러한 문화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소속감과 유대감을 조롱과 혐오로 만들어내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이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이제 아이들은 유튜브 영상, 커뮤니티 댓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인간관계를 배우고, 감정을 표현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어간다. 그들에게 커뮤니티는 단순한 놀이터가 아닌 첫 번째 사회적 교실이 됐다.
필자는 부모로서 "나는 아이가 머무는 공간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소비하는 콘텐츠는 조롱을 허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침묵한 사이, 그 기준이 아이에게 전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는 단속이나 제재보다 먼저, 우리가 무엇을 허용하고 있는지를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온라인 커뮤니티 구조에 대한 공적 분석과 교육 필요단순한 욕설·비속어 제재를 넘어서, 커뮤니티 구조 속 조롱과 혐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는 콘텐츠와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학교 교육 내 '커뮤니티 리터러시' 도입디지털 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익명성·댓글·밈 문화 등 온라인 환경의 감정 구조와 상호작용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체계적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가정에서의 감정 기반 대화 문화 정착자녀가 접한 콘텐츠 속 언어와 감정, 대상에 대해 부모와 함께 이야기하는 언어 감수성 중심의 가정 대화 문화가 중요하다.
이제는 "어디서 그런 걸 배웠을까"라는 질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커뮤니티는 이미 아이들의 교실이 됐고, 그 안에서 사회를 배우고 있다.
이제 어른들이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떤 커뮤니티를, 어떤 감정과 태도를 허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덧붙여야 한다. "우리는 그 영향력에서 정말 자유로운가"라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규제나 기술보다,어른 스스로의 성찰과 책임 있는 참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