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거북이 개체수 급증
교란종 대책 없어 골머리
기존 서식 토종 생물 위협
지자체 지원 등 대책 시급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일대에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 거북류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제주 토종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이 외래종은 주로 자생식물이나 곤충류 등 모든 수생생물을 먹이원으로 이용하면서 생태계 파괴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10일 찾은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남생이 연못에는 등껍질이 불그스름한 거북류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거북이들은 연못 안에서 한창 헤엄을 치거나, 인근 바위에 올라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이 남생이 연못은 100여 년 전 조천읍 마을 주민들이 직접 땅을 파고 흙으로 메워 만든 생태 연못으로, 연중 물이 마르지 않아 사계절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과거 소와 말, 돼지 등 가축의 식수로 활용됐을 뿐만 아니라 미꾸라지, 달팽이, 개구리, 지렁이 등 각종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였다.
문제는 이곳에 자리 잡은 '생태계 교란종' 거북류들이 기존에 서식하고 있던 물고기와 달팽이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면서 토종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 거북의 경우 천적이 없는 데다 3~4급수에서도 서식이 가능해지면서 사실상 퇴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란기까지(5~8월) 맞물리면서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남생이 연못에서는 지난 2023년 7월에만 붉은귀거북 2개체, 리버쿠터 3개체, 중국줄무늬목거북 2개체를 포함해 외래종 거북이 10개체가 포획됐다.
고인석 신촌서부마을회장은 "몇 년 전부터 외래종 거북 개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붉은귀거북은 식성이 강해 토종 민물고기와 먹이인 지렁이, 올챙이까지 모두 잡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뿐만 아니라 이 연못에 서식하는 왕우렁이가 노랑어리연꽃과 수련의 잎과 줄기 등을 갉아먹으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산란기 연못 모래 속 알이라도 제대로 수거해 개체수를 조절하는 등 토종 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구교성 한국환경지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천적이 없는 외래종 애완용 거북이를 자연에 방생하면 고유 식·생물이 점령당해 기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살모넬라균 등 질병이 번지기도 한다"며 "방생 금지 현수막·안내판 등을 늘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생태계 교란 생물의 번식처 제거에 나서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외래종 거북류는 수생 생물들을 먹이원으로 활용하는데 멸종 위기종도 먹이로 활용될 수 있어 포획이 시급하다"며 "지자체가 대책을 세워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외래종 개체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