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읍 신촌리의 '남생이 연못'이 외래종 거북과 왕우렁이의 서식지로 변하면서 토종 생태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남생이 연못은 100여년 전 마을 주민들이 만든 생태자산으로, 그간 다양한 수생생물이 공존해왔다. 그러나 최근 붉은귀거북, 중국줄무늬목거북 등 외래종 거북이 급증해 달팽이, 지렁이, 개구리 같은 토종 생물들을 무차별 포식하고 있다. 여기에 왕우렁이까지 수생식물을 갉아먹어 생태계의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외래종들은 번식력과 생존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 더욱 치명적이다. 붉은귀거북은 천적이 거의 없고 오염된 3~4급수에서도 서식 가능해 일단 유입되면 퇴치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산란기까지 겹쳐 개체수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외래종들이 생물 다양성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병 전파 위험까지 높인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태의 원인으로 애완용 거북 방생이 지목되고 있는 만큼 방생 금지에 대한 강력한 계도와 규제가 필요하다.
단순히 남생이 연못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없다. 도내 초지와 숲, 연못, 늪지 등 곳곳으로 확산되는 외래종을 막기 위해 이제라도 행정이 적극 나서야 한다. 산란기 알 수거, 생물 유입 차단, 방생 금지 캠페인·홍보 등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제주 고유 생물들의 터전이 제 모습을 잃기 전에 외래종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도 외래종 방생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해 환경 보호에 함께 나서야 한다.
제민일보
webmaster@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