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전기차 보급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2030년까지 37만7000대를 보급하겠다던 목표는 2035년까지 16만7000대로 줄었고, 전체 차량의 75%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은 40%로 후퇴했다. 2022년 이후 지속된 보급 저조와 보조금 축소 등을 고려한 '현실화' 조치라는 설명이다. 무리한 목표를 고수하기보다 실행 가능성을 높인 조정이라는 점에서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이는 도정의 전기차 정책이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계획의 수정만 있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급 속도는 기대에 못미치고 충전 인프라와 전문 인력, 지역 기업의 참여도는 제자리걸음이다. 구매 보조금과 충전 요금 할인 축소는 소비자 선택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민간에서 전기차 전환을 체감할 기반은 미비한 상황에서 타 지자체들이 투자와 산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도는 이번 전기차 중장기 계획을 '탄소중립형 전기차 도시' 조성을 위한 이정표로 설명했다. 하지만 목표를 낮춘 만큼 그에 상응하는 실행력과 정책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공허한 수사에 그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하향된 목표라도 반드시 그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추진력이 뒤따라야 한다. 목표는 낮췄지만 의지까지 약해졌다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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