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침수 피해 대책 주문
플라스틱•담배꽁초 등 가득
대리석•벽돌 등 가로막기도
지자체 "빗물받이 관리 한계"
"부주의나 무관심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부주의에 의한 재난 사고에 대해 엄정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지자체 침수 대응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직접 나서 철저한 침수 피해 대책을 주문했지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자체가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에는 현재 제주시 10만1535개와 서귀포시 4만6581개 등 총 14만8117개의 빗물받이가 설치돼 있다.
빗물받이는 집중호우 때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하수구에 연결한 배수 통로로, 도로와 보도에 내린 빗물을 집수해 하수관을 통해 인근 해안과 한천 등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침수와 도로 범람을 막고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동시에 쓰레기나 이물질의 유입을 막아 배수 기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기반 시설이다.
하지만 제주지역에 설치된 일부 빗물받이 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방치되면서 침수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장마철을 앞둔 지난 16~17일 제주도 침수위험 구역 30곳을 직접 확인해보니 19곳은 쓰레기와 담배꽁초, 나뭇잎 등으로 가득 차 제 기능을 잃은 상태였다.
침수 우려 지역으로 지정된 제주시 광령리의 한 도로에는 격자형 빗물받이 10여개가 설치됐지만 입구 절반은 흙과 쓰레기로 막혀 있었다.
각종 토사와 폐자재뿐만 아니라 대리석과 벽돌 등이 빗물받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또 다른 도로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침수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서귀포시 대정읍의 해안가 200m 구간에는 빗물받이 20여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 중 11곳은 막혀 있었다.
인근 나무에서 떨어진 잎과 각종 쓰레기뿐만 아니라 주변 상가들이 내놓는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이처럼 장마철을 앞두고 도내 빗물받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민 김모씨(44)는 "최근 제주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마을 도로가 침수되기도 했다"며 "침수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해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 관계자는 "지역마다 수천 개가 넘는 빗물받이를 한정된 인원이 전부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상습적으로 침수 피해를 겪고 있는 곳의 빗물받이는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 인력뿐만 아니라 읍면동 마을 단위 순찰대를 투입해 기상특보 발표 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호우·태풍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와 신속한 상황 공유 및 협업 등을 통해 재난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