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자연사박물관 전시 개최
‘수호령’ 주제, 예술적 시선
오 작가, “존재의 기록” 강조
김봉진 모델 ‘제주인 상징’
제주의 자연과 정신을 담아온 오수진 작가의 세 번째 제주 연작 사진전 ‘숨비령’이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벵디왓갤러리에서 열린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다음달 1일부터 20일까지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수상 작가인 오수진의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전시 첫날인 7월 1일 오후 3시에는 전시오픈식과 출판기념회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 주최하고,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봉사회가 주관하며, 제주사랑돌하르방회가 후원한다.
전시는 제주에 정착해 7년째 활동 중인 오 작가가 제주의 자연과 문화, 사람의 삶에 깃든 보이지 않는 존재인 ‘수호령(守護靈)’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전시명 ‘숨비령’은 ‘숨처럼 흐르며 제주를 지키는 신비로운 존재들’을 뜻하는 작가의 신조어로, 단순한 풍경을 넘어 제주의 생명과 영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예술적 제의(祭儀)로 평가받는다.
오수진 작가는 “제주인은 고된 자연과의 싸움 속에서도 수호령의 보호 아래 살아왔다”며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그 숨결을 따라 제주의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했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시의 핵심 작품군에는 제주 토박이이자 제주도문화원연합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김봉진씨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갈옷이나 흰 두루마기 차림의 그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모습으로 바람 부는 억새밭이나 눈보라 속 오름에 서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 고독과 인내, 정신적 연대를 상징하는 존재로 표현됐다.
오 작가는 작품 속 인물에 대해 “단순한 피사체를 넘어 제주인의 정체성과 정신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번 대해 신경훈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교수는 “숨비령은 제주에 깃든 영적 기운을 예술로 소환한 작품”이라며 “관광의 시선이 아닌, 뿌리 깊은 제주인의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의 실존을 사유하는 사진”이라고 평했다.
작품에 참여한 김봉진 모델은 “제주라는 섬이 가진 신비한 분위기와 그 속에 스며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면서 “사진 한 장 한 장이 시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편 오 작가는 ‘제주 반딧불이’ 시리즈로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KIPF)에서 수상했으며, 파리 89갤러리 초대전에도 참여한 바 있다. 고기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