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장마 등 잇따라 ‘오보’
조업 시기 농사 등 지장도 
"장마 전선 유동성 강한 탓"

23일 제주시 한림읍 협재항에서 만난 한치잡이 배 선주 한모씨는 비 예보로 체험객들의 낚시 체험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전예린 기자 
23일 제주시 한림읍 협재항에서 한치잡이배 선주들이 배를 정비하고 있다.전예린 기자 

"비 온다는 말만 믿다 사흘째 작업 공쳤습니다"

최근 기상청이 평년보다 일주일 빠른 장마에 접어들며 제주에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예보가 빗나가면서 제주지역 농·어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이상고온 현상 등으로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며 조업에 어려움을 겪는 제주 어민들은 올여름 어느 해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3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항에는 30여 대의 배가 빼곡히 정박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도 비가 예보되면서 조업에 나서지 못한 어민들은 연거푸 한숨을 내뱉으며 애꿎은 고기잡이배만 정비할 뿐이었다.

배 위에서 밧줄을 정비하던 양모씨(66)씨는 요 며칠 기상청이 발표한 예보가 빗나가면서 한창 미역을 따야 할 시기에 사나흘을 허비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양씨는 "미역은 따서 하루는 말려야 하는데 비 온다고 하니까 사나흘 작업을 못 하고 있다"며 "장마가 오긴 오는 것인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지난주부터 장마가 시작이라고 해서 넋 놓고 있다가 이번 주 내내 조업은 공쳐버렸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일대에서 만난 한치잡이 배 선주 한모씨(47)도 불만은 마찬가지였다.

한씨는 "요즘 들어 장마 예보가 자꾸 빗나가면서 어민들이 조업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아졌다"며 "우리처럼 관광객들을 상대로 배낚시 체험을 운영하는 선주들의 입장은 더욱 난처하다"고 밝혔다.

이어 "위험하지 않을 정도의 비가 내리는 경우 보통 출항하지만 일부 체험객들이 비 예보를 보고 예약을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기상청은 지난 19일 날씨 예보를 하면서 충남·호남·경북·경남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오후 제주에까지 확대된다고 예보했다.

그러나 장마 예보는 번번이 빗나갔고 이 기간 제주에는 10㎜~50㎜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이처럼 엇나가는 예보에 농민들도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다.

과일 등 농작물을 재배하는 윤모씨(54)는 오락가락하는 일기예보에 요즘 허둥지둥 농사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최근 장마 예보가 맞지 않으면서 윤씨는 예보만 믿고 손 놓고 있다가 다급히 밭으로 뛰어가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담당 기관인 기상청도 예보가 엇나가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은 여러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서 위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며 "올해는 장마전선의 유동성이 강해 예보가 맞지 않아 관련 전화도 많이 받고 있다. 앞으로 불편하지 않게 정확한 예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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