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청년 여성의 결혼관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의 조사 결과, 도내 19~39세 청년 여성들은 결혼에 대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중립적 응답이 60%를 넘고, 아예 부정적인 입장도 10%에 육박했다. 그 이유로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와 출산·육아 부담, 결혼자금 부족 등이 지목됐다. 특히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는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도가 그간 출산장려금, 육아휴직 확대, 전국 지자체 최초 주 4.5일제 도입 등 다양한 가족친화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청년 세대에게는 더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정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청년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유연근무제와 직장내 보육시설 확대, 조부모 돌봄 수당 등은 출산·양육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청년들이 장기적인 삶의 계획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정책 수립과 홍보 과정에서 청년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정책 설계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여겼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존중받는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진화해야 한다. 청년 여성들이 지역사회에 머물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복지정책의 차원을 넘어 제주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략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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