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부검 현장 동행
7년간 암 앓고 제주 바다 누벼
영양실조 등 폐사 원인 규명
"정확한 사인 분석, 조사 필요"
비린내가 나는 넓은 공간에서 회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제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턱이'가 부검대 위에 올라와 있었다.
30일 오전 9시께 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본부에서는 제주대학교와 강원대 연구진 20여명이 모였다. 최근 제주해역에서 사체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턱이의 부검을 위해서다.
해양 수의사인 김상화 강원대학교 교수의 총괄 아래 제주대, 서울대, 충북대, 고래연구소 소속 연구진들이 체내 오염물질 잔류 여부 등 사인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부검대에 오른 턱이는 지난 2019년 제주 해안가에서 처음 발견돼 돌출된 혀와 부러진 턱 등 특이한 생김새로 '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당시 악성 종양으로 인해 모습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 턱이는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을 비롯한 연구진들에 관리를 받아왔다.
영상과 사진으로 턱이의 모습을 기록했던 오승목 감독은 지난 2일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서귀포 중문 앞바다에서 고래의 사체가 발견돼, 확인이 필요하다는 해경의 연락이었다.
한달음으로 현장에 달려간 오 감독은 턱이를 단번에 알아봤다.
오 감독은 "사망 원인은 부검을 통해 알 수 있겠지만 생전에 구강암을 앓고 있어 영양실조 등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숨지기 전날까지도 바다에서 활발하게 놀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날 부검대에 오른 턱이의 몸집은 생각보다 작았다. 몸길이 270cm에 몸무게 100kg 정도로 얼핏 성인과 비슷한 크기였다.
부검에 참여한 이경리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수의사는 턱이가 저체중인 것으로 판단했다.
돌고래 종마다 평균 체중은 모두 다르지만, 미국 동부 해안가에 서식하는 큰돌고래 평균 체중이 300kg 정도인 것을 두고 보면 턱이는 한참 야윈 상태로 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부검을 통해 턱이가 생전 앓은 정확한 병명과 죽음의 원인이 밝혀질 예정이다.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유착 염증이 심각해 생전 호흡 기능을 많이 상실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인은 부검 검사를 통해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