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폭염 신음하는 농가들
불볕더위에 수박 농가 한숨
말라버린 잎사귀·열매 변색
동부 초기가뭄에 당근 비상
"파종기 정상 발아 어려워"

폭염이 연일 제주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한 농가에서 만난 강무훈씨는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수박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전예린 기자 
폭염이 연일 제주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한 농가에서 만난 강무훈씨는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수박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전예린 기자 

"사람도 견디기 힘든 날씨인데, 작물은 오죽하겠습니까"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최근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도내 농민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불볕더위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확산하는 데다 동부지역에서 초기 가뭄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오후 찾은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한 수박 농가에는 모자를 눌러 쓴 농민들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낼 새 없이 바삐 움직였다.

이곳에서 만난 농민 강무훈씨는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수박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0여년간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데 7월부터 이렇게 뜨겁기는 처음"이라며 "이달 중순부터 수확하려고 했으나 강한 햇빛에 수박이 타들어 가면서 수확시기를 앞당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수박은 물이 있어야 잘 자라는 과일인데 비마저 내리지 않고 있어 올해 농사는 어떻게 지내야 하나 앞이 깜깜하다"며 "보름 이상 이 날씨가 지속된다면 막대한 농가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농가들은 농작물 피해뿐만 아니라 만만치 않은 인건비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작물을 강한 햇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포장 작업을 벌이는데, 이때 소요되는 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 건 거의 없다는 게 농민들의 전언이다.

특히 국내 당근 주산지인 제주 동부지역에서는 초기 가뭄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파종 시기에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살수차 등을 동원해 파종 작업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씨앗이 말라 죽는 등 정상적인 발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좌읍에서 당근 농사를 하고 있는 고정효씨는 "스프링클러와 양수기를 동원해 계속해서 물을 주고 있지만, 폭염경보가 이어지면서 당근밭이 황토처럼 갈라지고 모래 먼지가 날리고 있다"며 "파종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폭염주의보가 연일 이어지면서 제주지역 농가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행정이 보유한 장비뿐만 아니라 소방서와 관계기관 등이 보유한 물탱크를 동원해 농가에 물을 공급·지원하는 등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전예린 기자 

농작물을 강한 햇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포장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예린 기자 
농민들이 농작물을 강한 햇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포장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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