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주요 제주공약 중 하나인 '탄소중립 선도 도시 제주' 구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직후 제주를 방문해 오영훈 도지사와 회동하고, 태양광 발전 및 히트펌프 설치 현장을 직접 둘러본 것은 의미있는 첫걸음이다. 제주도 역시 분산에너지 활성화, 그린수소 허브 기반 조성, RE100 농산물 생산기반 구축 등을 전략과제로 제시하며 새정부와 발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제도적 기반과 재정적 뒷받침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수소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 근거는 미흡하고, RE100 생산 농산물에 대한 지원체계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설비 급증으로 인한 출력제한 문제는 제주의 오랜 고민거리다. 대규모 시설 조성 과정에서의 주민 갈등이나 당장 시급한 민생 과제와의 우선 순위 등 도민 여론과 호흡을 맞추는 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탄소중립 정책은 설계 초기부터 주민의 목소리를 담고 실질적인 편익이 돌아가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다. 제주가 탄소없는 섬, 청정에너지의 선도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약 이행의 속도 뿐만 아니라 방향도 중요하다. 새정부의 제주 공약이 선언적 구호에 머무르지 않도록 초반의 정책 설계와 실행에 집중하고, 제주도정 역시 중앙 절충능력을 십분 발휘해 제주가 대한민국 탄소중립 정책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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