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약 10년만에 수월봉과 차귀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이 두 곳은 2015년 대한지질학회가 세계자연유산 확대 후보지로 거론해 온 곳이다. 수월봉은 희귀한 응회환 지형과 해안단애를 갖춰 화산학 연구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고, 차귀도 역시 여러 시기에 4번의 분출을 거쳐 만들어진 화산체가 포개진 섬으로 높은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다. 가치가 충분히 입증된 만큼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를 위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등재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 특히 서부권은 관광 인프라와 경제활동 기반이 부족한 지역으로, 등재에 성공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의 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지역에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려면 주민과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능동적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생태해설사 양성, 전통어업·경관 활용 프로그램, 유산 탐방로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이 직접 참여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세계자연유산은 지역공동체가 자긍심을 갖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돼야 한다. 이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실익 없이 규제만 더해지는 꼴이 된다. 차귀도와 수월봉이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머물지 않고 지속가능한 자연유산 활용모델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역과 주민이 주체가 되는 유산관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개의 축이 조화를 이뤄야 등재의 의미도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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