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농가 대책 마련 호소] 
축산농가 35곳 폐사 발생
가금류 등 1700여마리 달해
무더위 돼지·닭 피해 속출  
"농가 지원책 마련" 목소리

 폭염특보가 내려진 28일 제주시 애월읍 축사에 있는 소들이 무더운 날씨에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전예린 기자
폭염특보가 내려진 28일 제주시 애월읍 축사에 있는 소들이 무더운 날씨에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전예린 기자

"지독한 폭염에 가축들이 픽픽 쓰러집니다. 10년 넘도록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에요" 

예년보다 더욱 빨리 찾아온 폭염으로 가축들이 줄줄이 폐사하면서 제주지역 축산농가들의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28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의 한 축사를 방문해 보니 소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날 축사 내부에 설치된 온도계는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4도를 웃돌았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돼 무더위에 지친 소들은 그늘로 옹기종기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눈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찜통같은 더위에 답답한 건 사람이나 가축이나 마찬가지였다.

농가를 운영하는 A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24시간 선풍기를 돌리고, 스프링클러도 한 번씩 가동해야 한다"며 "사룟값도 오르는 판국인데 전기요금도 많이 나올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제주시 한림읍 농가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 있는 60여 마리의 소는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에 의지한 채 더위를 식히며 '헉헉' 숨을 내뱉었고 한눈에 보기에도 지친 듯했다.

농장주 B씨는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소들이 많이 먹질 않을뿐더러 똑같이 먹어도 살이 안 찐다"며 "그늘막에 선풍기까지 돌리고 있지만 한 마리만 죽어도 손해가 막대해 마음이 쓰인다"고 걱정했다.

기승을 부리는 폭염을 걱정하기는 양계농가도 마찬가지다.

애월읍에서 양계농가를 운영하는 농장주 C씨는 "하루에 몇 마리씩 죽어 나가는 건 예사"라며 "수년간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지만 반영되지 않는다. 90% 이상 햇빛이 차단되는 썬가드 등 농가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이달까지 '폭염으로 폐사했다'고 가축재해보험에 신고한 가축은 모두 1772마리다. 35개 농가에서 돼지 1242마리, 닭 530마리가 폐사했다.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평년보다 이른 폭염에 농가들의 가축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폭염 등 여름철 축산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축 사육밀도와 축사 내외 환경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도내 가축 피해 예방을 위해 선제적 시설 보수 예산이 투입되니 많은 관심과 신청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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