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봉 성산읍 주민자치회 위원

올해 여름 전국은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과 국지성 호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중앙정부의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힘은 바로 '지역'에 있음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지역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구체적으로 체감하는 공간이다. 동시에 지역은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유연한 주체이기도 하다.

최근 성산읍 오조리에서는 연안 습지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보전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블루카본(Blue Carbon)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황근과 해양식물의 자생지를 지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이런 활동은 단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 지역 단위의 기후 행동은 '주민 참여'라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더욱 깊게 한다. 주민이 제안하고 참여하며 실행하는 과정은 공동체의 회복력도 강화한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내일 날씨보다 10년 뒤를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그 지역은 진정한 '기후적응 지역사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지역마다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세우고 그 안에 주민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교육과 토론, 실천과 기록이 이어지는 '기후 시민'의 삶을 지역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도 지역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거대한 문제이지만 해결은 작고 단단한 실천에서 출발한다. 그 실천이 바로 지역이다. 더는 미룰 수 없다. 중앙정부는 지역의 목소리를 듣고 권한과 자원을 과감히 이양해야 하며, 지역사회는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힘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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