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호 대진대학교 국제통상학과 조교수

정부는 기존 항만의 한계를 보완하고 물동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 신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단순한 부두 확장이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고려한 전략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 중점과제로 추진 중인 수소 벙커링 인프라 구축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수소 벙커링이란 선박에 수소 연료를 공급하는 인프라와 작업 전반을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 해운업계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존 화석연료에서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 중이다. 주요 항만은 이미 관련 시설 확보에 나섰고 제주도 이 흐름에 뒤처져선 안 된다.

제주는 대형 선박보다 연안 여객선, 화물선 등 중소형 선박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따라서 대형 선박용 대규모 벙커링보다는 중소형 선박을 위한 맞춤형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제주도는 현재 풍력·태양광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에너지 산업의 강점과 제주신항을 연계한다면 청정에너지의 해운 활용뿐 아니라 제주형 수소 생태계 구축도 가능하다.

수소 벙커링 인프라가 구축되면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외국 선사들의 제주 기항이 늘어날 수 있다. 제주항의 위상을 높이고 추가적인 국제항로 개설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필자 역시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제주가 지닌 가능성과 잠재력을 잘 알고 있다. 제주 신항과 수소산업의 연계를 통해 산업 기반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함으로써 미래 해운시장 변화에 우리 제주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제주 신항은 단순한 물류시설이 아니라, 수소경제 시대를 여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지금이 바로 친환경 항만 전략을 설계할 결정적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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