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봉 성산읍 주민자치회 주민자치위원
제주의 동쪽 끝자락, 성산읍 오조리에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노랗게 꽃을 피우는 황근(黃槿)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해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 아래 펼쳐진 황근 군락은 '노을 숲'이라 불리며,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기후위기의 경고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황근의 서식지는 해수면 상승과 강풍, 고온현상으로 위협받고 있으며, 해안식물의 변화는 제주 해안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이 황근 자생지를 중심으로 오조리 주민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황근은 해안에 뿌리를 내리고 모래를 잡으며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시에 블루카본 생태계의 일부로서 탄소를 흡수·저장하여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자연기반 해법(NbS)의 핵심이기도 하다. 오조리 주민들은 이러한 생태적 가치를 바탕으로 황근 노을 숲을 마을공동체 중심의 기후행동 공간으로 가꿔가고 있다. 자생지 보전 활동, 주민 해설사 양성, 지속 가능한 생태관광 프로그램 운영은 지역에서 시작된 작지만 강력한 변화의 실천이다.
특히 지난 26~27일 '황근 노을 숲 걷기행사'를 통해 기후변화와 마을의 생태적 가치를 외부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주민들은 이를 통해 "자연을 지키는 일이 곧 마을을 지키는 일"임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해수면 상승, 쓰레기 유입 등으로 자생지가 점점 위협받고 있다. 그럼에도 오조리는 주민의 자발적 노력과 공동체의 협력으로 생태적 회복을 일궈가고 있다.
이처럼 위기 속에서도 오조리 주민들의 활동은 생태복원과 기후위기 대응이 어떻게 지역단위에서 이뤄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기후위기는 더 이상 세계적인 담론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자연을 지키고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조리 황근 노을 숲은 생태계 보전과 주민 참여, 기후행동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성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이 작은 마을의 실천이 기후위기에 맞서는 지역의 대안이자 세계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
자연을 지키는 일이 곧 마을을 지키는 일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