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홍 예비역 공군대령·전자공학박사

나는 직업군인이었다. 이 기간동안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 생각하며 군 생활 그 자체를 국가에 대한 봉사라고 여겼다. 봉사는 그렇게 나의 몸에 36년간 스며들었다. 전역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마을 중심지 3곳에 "어르신 혼자 할 수 없는 전기 수도 보일러 고쳐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를 보고 연락이 오면서 복지관과의 인연이 되어 복지관에서 봉사거리를 만들어 자재를 대고 나는 이를 받아 작업하는 식의 시스템이 정착된 지 5년째이다. 

세가지 종류의 봉사 활동을 한다. 가스레인지 건전지 교체, 누수 수도꼭지 교체, 전등교체 및 설치 등은 일상 접해온 것들이라 상식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가끔 파열된 수도관 보수, 방충망 교체, 화장실 변기 누수 고정, 심지어는 화장실 타일 작업 등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일들도 있다. 이런 작업은 요청이 오면 우선 유튜브에게 물어보고 익혀서 일단 집에서 실습부터 한다, 다행히 유튜브는 주거환경 수리에 관한 거의 모든 답을 제공해 주어서 엔지니어 출신이라 별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었다. 또 하나는 단순 품팔이 수준인 독거노인 도시락을 배달하는 봉사이다. 매주 금요일 구좌읍내 10시쯤 출발해서 12시쯤 끝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능하면 빠지지 않았다. 날씨가 좋지 않아 망설여질 때면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공군사관학교 10훈(訓) 중 4번쩨 "책임완수하라."를 암송하면서 집을 나선다. 색소폰 재능기부도 한다. 세화리에는 다례향이라는 중국요리집이 있다. 이곳 사장님이 매달 구좌읍내 노인당 어르신들을 마을별로 모셔서 자장면을 무료로 대접해 드린다, 동시에 모시는 인원이 무려 60분 정도이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하는 여흥시간에 색소폰을 연주해 드린다. 

작년 년말 구좌읍 주민자치위원회 송년의 밤을 잊을 수가 없다. 국민의례가 끝나면서 바로 당시 올해 봉사대상을 발표한다. 구좌읍 1호 봉사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춤을 출 만큼 기뻤다. 군대생활동안 국가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을 봉사로써 보답하리라 다짐했는데 지켜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행사장을 나오면서 우리 동네 한 할머니가 생각났다. 수도꼭지 교체해드리자 감자 두 방울에 마스크 한 장 넣은 비닐봉지 건네주며 "줄 것이 없어 미안하다." 하시며 손을 꼭 잡아 주시던 94세 홀로 사시는 할머니시다. 나는 손이 잡힌 체 스스로 다짐한다, "그래 너는 잘하고 있다, 이런분들한테 너가 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제복을 입었을 땐 위국헌신 군인본분이 나의 소신이였다. 이렇게 사회인으로 돌아와서 위민헌신 나의본분이라고 연착륙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미소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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