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 주민투표 요구 단계에서 1년 넘게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도내 공론화 결과를 확인하는대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제주 정치권은 2개 기초시안과 3개 기초시안을 두고 논쟁을 벌이며 혼란만 커졌다. 이에 행안부의 침묵은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장기간 숙의 과정을 거쳐 도출한 개편안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행안부는 이미 '3개 기초시'로 결론이 난 도민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뒤늦게 등장한 2개 기초시안을 고려하더라도 주민투표를 통해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사안이다. 주민투표는 도민 의사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두 법안의 병합 심사도 가능하다. 결국 주민투표가 선행되지 않으면 도민의 뜻을 반영한 합리적 개편안 도출은 무기한 답보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약속은 정치의 기본 신뢰다. 윤 장관이 국회에서 한 발언이 정치적 수사에 그친 것이 아니라면 행안부 수장으로서 도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고 시간을 끄는 것은 행정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행안부는 더 이상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주민투표 절차를 즉각 개시해야 한다. 그것이 무의미한 여론조사 등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며, 지역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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