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데크 철거 중 발견
10월까지 3구간 정비 진행
헬기로 산 아래 운반 예정
음식물 잔여물 생태 위협
제주의 상징이자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 정상에서 19년간 쌓여온 쓰레기 더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21일 해발 1950m 한라산 백록담 동능. 작업자들이 나무 데크를 하나둘 들어내자, 그 밑에서 생활폐기물이 쏟아졌다. 생수 페트병, 과자 봉지, 초코바 포장지, 컵 뚜껑, 티슈, 심지어 조리용 발열팩까지 먹고 남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일부는 데크 틈 사이로 밀어 넣은 듯 바위와 목재 아래 깊숙이 처박혀 있기도 했다.
이곳 나무 데크는 2006년 탐방객 편의를 위해 설치돼 약 572㎡에 걸쳐 깔려 있다. 정상부는 탐방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마련했고, 수많은 등반객이 이곳에서 간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먹고 남은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대신, 틈새에 몰래 밀어 넣는 행태가 반복됐다. 그 결과, 설치 이후 19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쓰레기가 켜켜이 쌓였다.
그동안 데크의 부분 보수가 이뤄졌으나 관리소가 올해 처음으로 데크 전면 교체가 이뤄지면서 19년 만에 발견된 것이다.
쓰레기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직원 20여명을 투입해 무려 1.5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당시에도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각종 폐기물이 대량 발견됐다.
관리소는 탐방객들이 산 속 화장실이나 땅에 라면 국물을 버리는 행위로 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지자, ‘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운동’까지 벌였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관리소는 이번 철거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모두 회수하기 위해 헬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10월 말까지 3개 구간으로 나눠 데크 정비를 마치고, 매립된 폐기물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목표다.
관리소 관계자는 “첫날 작업이라 정확한 양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며 “정비 공사와 함께 쓰레기를 산 아래로 내려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기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