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을 비롯한 비수도권의 필수 의료 전문의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한 '국민 중심 의료 개혁 추진 방안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1000명당 필수 의료 전문의 수 차이가 무려 4배 가까이 벌어진 가운데, 제주는 전국 최하위권인 0.12명에 불과했다. 수도권 평균 1.86명의 6% 남짓한 수준으로 사실상 필수 진료 분야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 생명이 달린 필수 의료 분야의 기피 현상은 도민의 건강권을 크게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과중한 업무와 높은 사고 위험, 그리고 지역 정주 여건의 불편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지역을 외면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유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의료 인력의 수도권 집중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방치할 경우 지방의 의료 공백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불공정한 수가 체계를 개선해 경제적 보상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주거·교육·문화 환경을 개선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제주처럼 지리적 고립이 뚜렷한 지역에는 별도의 맞춤형 정책이 절실하다. 의료 불균형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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